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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속보이는 국회 방문'이 10분 만에 끝나버렸다

  • 허완
  • 입력 2016.11.08 06:27
  • 수정 2016.11.08 06:42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했다. 일찌감치 거부 의사를 밝힌 야당 대표들과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10시30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회를 방문해 '최순실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면담은 약 10분 만에 종료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게 큰 책무라고 생각해 이렇게 의장을 만나러 왔다"며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데 국회가 나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하셔야 하고 차후 권한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 의장은 "정당 간에 싸울 수도 있고 청와대와 국회 간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며 "힘들더라도 국민의 의견과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은 전격적이고도 이례적으로 이뤄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에 따르면, 한 비서실장은 전날 밤 9시30분경 전화로 국회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정 의장은 9일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이 국회에 오시겠다고 해서 정당들과 이야기하시라고 완곡하게 사양했으나, 무조건 오시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 비서실장은 전날 여당과 야당 대표들을 만나러 국회를 방문했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총리 지명 철회와 탈당' 등 기존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영수회담은 의미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곧바로 다음날 전격적으로 국회 방문 일정을 잡았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같은 일정을 발표하며 "영수회담도 해야 하고, 오늘 (국회의장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야당 대표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덜컥 운을 띄웠다. "야당에도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전히 협조요청을 하고 있고 조율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약속도 잡지 않은 채 무작정 국회를 찾은 것이다.

정 대변인은 야당과 미리 조율되지 않은 방문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대화 코스프레'라며 반발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까지 찾아갔는데 야당이 대화를 거부했다'는 그림을 연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오늘 국회의장실에 오는 길에 언론을 통해 야당대표들 모이라 하시는 모양"이라며 "영수회담을 그런 식으로 한다는 건 너무 일방통행식"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어제 의장과 청와대 사이에 얘기가 된 것은 대통령과 의장의 단독면담이었다"며 "청와대에서 언론플레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과 정 국회의장의 회담이 10여분 만에 끝난 이후, 청와대 정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국회 방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위한 것"이라며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추후 성사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야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박근혜 하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시위 중이던 이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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