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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런던에서도 시국선언이 있었다(사진, 동영상)

  • 강병진
  • 입력 2016.11.07 10:40
  • 수정 2016.11.07 10:42

11월 5일, 서울에서는 약 20만명(주최측 추산)의 사람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11월 6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현 한국 정부를 향한 영국 내 한국인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현지에서 시국선언에 참가한 서유석씨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제보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는 약 150여명이었다. 이중 131명이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11명이 모여서 진행한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민주주의 죽음’에 관한 무게를 두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었음을 비참한 마음으로 선언한다”며 “책임성과 대표성이 결여된 현 정부를 우리는 더이상 민주 정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시국선언 전문이다.

재영 한인들은 수많은 희생과 역경을 통해 이뤄낸 조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그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의회 민주주의가 탄생한 이곳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한 나라의 국격은 경제적 풍족함이 아닌 국민이 이룩한 민주적 사회질서와 가치, 인권에 기인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역동적인 민주화의 현대사를 가진 조국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한 개인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일련의 사태들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현 정권의 표현처럼 ‘중세 봉건 시대’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러한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은 우리 모두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긍지 또한 짓밟았다. 특히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해 온 우리 젊은 세대에게 민주적 기본질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기에, 작금의 사태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인권 등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축소되어 가는 것을 방조해왔다. 특히‘선출된 권력’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의 정책 지향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대신 억눌러 온 현 정권의 행보는 그들이 말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개인과 관련된 부패의 범주를 넘어, 어떠한 자격도 권한도 부여받지 않은 제3자가 대통령과의 사적인 관계를 이용해 벌인 초헌법적 권력 행사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이런 기본적 민주 질서의 붕괴를 보며 한없는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더욱이 누구도 이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으며, 관련자 모두가 혐의를 부인하는 현 시국에서 우리에게 대한민국은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하더라도 더 이상 민주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었음을 비참한 마음으로 선언한다.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이며 기본적인 요소인 책임성과 대표성이 결여된 현 정부를 우리는 더이상 민주 정권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권위주의 시절 정권의 악행에 맞서 싸웠던 국민들이 세운 민주주의의 고결한 가치가 이번 정권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한가?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외신의 비아냥거림에도 우리는 그동안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가의 대표자로서 그의 자격과 권한을 존중해왔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한 그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로서 자격이 있는가?

비록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지만 그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대표자로서 자질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권력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꼬리자르기 행태는 더 이상 방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정황은 이 사건이 더욱 커다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최순실에 연관된 비리를 밝히고 이를 처벌하는 선에서 사태를 매듭짓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이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재영 한인들은 지금껏 대한민국이 이룩하고 지켜온 민주적 기본질서와 그 가치가 하루빨리 복원되길 염원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재외국민들도 우리 모두가 이룩한 자랑스러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

2016년 11월 6일

나라를 생각하는 젊은 재영 한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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