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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민혁명의 본질, 목표, 과제

거대한 인간파도가 서울 한복판을 덮쳤다. 나는 이를 '2016년 시민혁명'이라 부르겠다. 20만이란 수만 중요한 게 아니다. 참여자들의 구성은 더 중요하다. 이번 집회시위는 노동자만의, 농민만의 생존투쟁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나왔고, 노인과 소년이 나왔다. 노동자와 농민이 나왔고, 빈민과 중산층이 나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 온 가족이 나왔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손을 잡았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

  • 박찬운
  • 입력 2016.11.06 12:48
  • 수정 2017.11.07 14:12
ⓒ한겨레

본질

거대한 인간파도가 서울 한복판을 덮쳤다. 나는 이를 '2016년 시민혁명'이라 부르겠다. 20만이란 수만 중요한 게 아니다. 참여자들의 구성은 더 중요하다. 이번 집회시위는 노동자만의, 농민만의 생존투쟁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나왔고, 노인과 소년이 나왔다. 노동자와 농민이 나왔고, 빈민과 중산층이 나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 온 가족이 나왔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손을 잡았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

혁명은 본시 근본을 바꾸는 변혁이다.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 뒤따르면서 삽시간에 질적 도약을 도모하는 게 혁명이다. 근대역사에서 이 혁명은 시민이 주축이 되어 사회체제 자체를 바꾸어 낸 것에 한해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서울 시내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대규모 집회시위는 그 혁명의 시작이다. 다가오는 11월 12일엔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20만이 아니라 40만, 60만의 시민이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를 외칠 것이다. 거기에다 그 몇 배의 시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거리의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 혁명은 해방 이후 우리 역사를 바꾼 몇 번에 걸친 민주항쟁과 맥을 같이 하지만 질적으론 다르다. '성숙한 민주의식과 인터넷 그리고 시민의 분노가 결합된 새로운 시민혁명'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인터넷과 SNS으로 연결되어 최신의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들의 의사를 제한 없이 표출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민주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비폭력 명예혁명을 원한다. 정권이 시민들의 집회를 폭력적으로 억압하지 않는 한 이 혁명은 과거 그 어떤 민중항쟁과도 달리 평화롭게 진행될 것이다.

목표

우리 시민들이 이런 혁명의 폭풍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확인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다. 어제 곳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나라 같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정권 아래에서 '민주공화국이 부정된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서 살아왔다. 할 수만 있으면, 국적이라도 바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으로 전 국토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자원외교를 한다면서 수십조를 탕진했다. 국정원을 동원해 선거제도를 유린함으로써 국민주권원칙과 대의제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 박근혜는 끊임없이 종북이란 전가의 보도로 국민을 위협했다. 역사국정교과서 시도, 일본군위안부 합의를 통해 우리 역사를 기만했고 사유화했다. 남북평화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폐쇄해 남북관계를 절단 냈고 사드배치로 한반도를 위험에 노출시켰다. 어린 목숨 수백 명이 수장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행적은 묘연했고 그것을 밝히려는 노력을 짓밟았다. 급기야 최순실이란 비선실세는 국정을 농단해 주권자인 국민을 능멸했다.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기관을 국민의 눈을 가리도록 재갈을 물렸으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경찰,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2016년 시민혁명은 바로 이런 적폐를 청산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시민의 몸부림이다. 이 혁명은 권력을 위임한 주권자가 직접 나서 적폐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그 권력을 회수하는 '시민의 권력행사'다. 이 권력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갖는 불가침의 절대적 권리이다.

과제

두 정권이 만든 수많은 적폐는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적폐일소의 시작일 뿐이다. 주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를 조속히 만들어야 하고, 주권자의 눈높이에 맞는 언론기관과 수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두 정권이 저지른 적폐만 청산한다고 이 혁명이 완수되는 것도 아니다. 이 혁명은 우리사회를 수평사회로 만들어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때에서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국가와 나와의 관계가 수직적이어선 안 된다. 대통령은 주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지만 그것을 담당하는 개인은 시민의 한 사람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재벌과 노동자도 수직적일 수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도 이 나라의 시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와 너와의 관계도 수직적일 수 없다. 우린 모두 수평적 관계의 친구이어야 한다.

권력과 돈이 우리 시민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사회를 우리가 용인할 수 없다. 우리는 지배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국가권력에 대해, 재벌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수평적 존재이어야만 한다.

이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할 일은 경제적으로 균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오해하지 말라.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지금 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정해 개인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동시에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적절히 행사해 그 타협을 촉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사회가 바로 '나라다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지금 시민혁명은 바로 그런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11월 12일 다시 한 번 서울 시내를, 아니 전국을 촛불로 장식하자. 시민의 힘이 무엇인지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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