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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 낼 기업과 액수까지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6.11.04 14:41
  • 수정 2016.11.04 19:58
ⓒ연합뉴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은 애초 10대 그룹이 600억원을 출연하는 것으로 규모가 잡혔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30대 그룹이 1000억원을 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이라고 표현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대통령이 돈 낼 기업과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단 설립을 지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겨레>가 4일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25일 이틀 동안 모두 세차례에 걸쳐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다. 이때 두 재단의 출연금은 미르 300억원, 케이스포츠 300억원 등 모두 600억원으로 책정됐다. 출연할 기업도 재계 순위 10위로 한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점심을 하면서 재단 설립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이날 오후와 다음날인 25일 이틀에 걸쳐 삼성 이재용, 현대자동차 정몽구, 에스케이 김창근, 엘지 구본무, 롯데 신동빈 등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청와대로 불러서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그 뒤 안종범 수석이 주도하는 가운데 10대 그룹은 매출금액, 자산규모, 시가총액 등을 고려해 액수를 정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한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의 집을 압수수색해 이런 면담 내용이 담긴 업무기록 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근거로 안종범 수석과 대기업 관계자를 소환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갑자기 액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대상 기업도 대폭 확충됐다. 당시 안종범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재단 출연금 진행상황을 보고한 결과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은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니 두 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각각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려 모두 1000억원으로 하고, 출연하는 기업들도 10대 그룹에만 한정하지 말고 30대 그룹으로 넓혀 다들 참여할 기회를 주도록 하자”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안 수석은 갑자기 변경된 내용을 대기업 고위 임원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에게 통보하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니 양해를 해달라’며 이렇게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삼성의 경우 애초 100억원대 초반이었으나 결국 204억원을 출연하는 등 액수가 늘었다. 대상 기업도 늘어나면서 15위의 부영주택, 19위의 금호아시아나는 물론 45위의 아모레퍼시픽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제안을 받은 일부 대기업은 “우리는 문화, 스포츠와 무관하다”며 출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결국 최종 출연금액은 미르 486억원, 케이스포츠 288억원에 그쳤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한 정도가 드러남에 따라 고강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등을 보면 본인은 재단의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얘기했을 뿐이라는 건데 검찰이 이를 깨기 위해서는 증거자료를 제시하거나 대질신문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며 “검찰이 검토하고 있는 서면조사나 방문조사 등으로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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