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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인에 대처하는 가장 올바른 반응은 뭘까?

ⓒGetty Images/iStockphoto

필자 Brett Pierce는 국제 구호원입니다. 70개국 넘게 다니며 어린이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걸인이 갑자기 다가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불편한 게 사실이다. 예상치 않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거절했다간 기분이 씁쓸하고 그렇다고 사기당하는 느낌도 싫다. 그래서 상황에 대비해 미리 마음을 먹는다.

그래야 누가 갑자기 돈 달라고 손 내밀때 준비한 대로 대응할 수 있다. 사실 돈을 줘봤자 술이나 마약에 쓸 게 뻔하지 않나. 아니면 뭣 모르는 사람들의 호의를 악용하는 조직 일원일 수도 있다. 게다가 난 구걸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장기적인 해결법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다. 그렇다. 난 이런 다짐과 더불어 여권과 아스피린을 챙겨 집을 나섰다.

걸인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누가 손을 갑자기 내미는 순간 내 뇌는 다음과 같은 신호를 보냈다. "맞아. 이에 대한 답을 이미 준비해놨지. 즉, 아니요."

케냐에서의 초저녁. 호텔을 향해 걷고 있었다. 11살, 12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다가왔다. 차림이 말도 아닌 더러운 이 소년이 덥석 손을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내 심리적 방패가 어색하게 울렸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난 자동적으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보통 때보다 마음이 더 불편했다. 소년은 배가 고프다고 몸짓했다. 소년 눈동자에 비친 절박함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의 모습에 난 왠지 괴로웠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소년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 그를 무시하고 내 목적지인 호텔에만 열중했다. 소년은 호텔 입구까지 나를 쫓아왔다. 그런 그를 보고 난 한 번 더 멈칫했다.

그러나 곧바로 돌아서서 호텔로 들어갔다. 보안원이 소년을 막았다.

난 소년이 허기로 그 밤을 지새웠는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에 시달리며 난 밤을 지새웠다. 정말 보인 그대로였다면? 정말로 배고픈 아이를 내가 모른 척한 것이라면? 머릿속에 구축해 놓은 걸인에 대한 내 합리적 대응책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어떤 장기적인 계획이 그날 밤 소년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가? 사실 내가 소속한 기관은 이 지역 관할이 아니었다. 솔직히 나이로비든 뉴델리든, 가는 곳마다 만나는 모든 걸인을 도울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나 자신도 결국 허망하게 되고 주머니는 늘 텅텅 빌 터였다. 그런데도 집에 있는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소년이 길거리에서 그날 밤 굶주리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고통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순진하게 날 쳐다보던 소년의 눈을 통해 내 위선을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기분은 똑같이 착잡했다. 다양한 요리가 진열된 뷔페식당에서 우연히 동료 톰을 만났다. 함께 식사하는 도중에 그에게 물었다.

"톰, 걸인에 대한 당신의 수칙은 뭡니까?"

톰은 경험이 많은 구조대원이었다. 허튼소리를 할 줄 모르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기대 대로 정말로 훌륭한 충고를 들었다. 날 잠깐 본 후, 먼 곳을 응시하며 한숨을 크게 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난 걸인에게 돈을 줍니다..."

그리고 잠깐 쉬더니,

"그런 충동이 생긴다면 말이죠."

그렇게 간단했다.

해방된 느낌이었다. 걸인에 대한 미리 준비하고 계산된 내 대응책 대신 모든 걸인을 일관되게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답이었다.

사실 걸인의 처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정도로 내 육감은 발달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톰의 조언대로 이젠 미리 계획해둔 가공된 반응 대신 마음을 열고 그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이전에 내가 가졌던 그런 대응책으로 우린 우리 마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빈민, 난민, 원주민, 다른 정치 이념을 가진 이들을 쉽게 무시한다. 그런데 남을 무시하는 그런 나의 자세를 하나씩 무너트릴 때마다 난 더 많은 인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내 인간성도 조금씩 더 되찾는다.

 

허핑턴포스트AU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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