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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민주공화국의 결정적 국면이다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어중간한 조치는 결코 피해야 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군주'와 그의 부하들 때문에 전전긍긍할 것이다. 나는 국지전의 가능성까지도 있다고 본다. 그런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최고권력의 사퇴로 인한 '국정공백'이니 '헌정중단'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개념은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묻는다. 지난 3년 반 동안 이 국가에 '국정'이란 게 있었나. '헌정'이 작동하고 있었나. 지금 사태의 본질은 민주공화국에서 허울뿐인 권력과 정부만이 있었다는 것, 국정과 헌정이 작동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중단과 공백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 오길영
  • 입력 2016.11.04 09:04
  • 수정 2017.11.05 14:12
ⓒ연합뉴스

정치 얘기는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내가 보기에 '결정적 국면'이기에 다른 얘기들은 할 여유가 별로 없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군주'와 그의 부하들 때문에 전전긍긍할 것이다.

 

1.

변명으로 일관한 '푸른집 임차인'의 두 번째 기자회견을 보며 <군주론>의 몇 구절을 다시 떠올린다. 한 사회의 결정적 국면이 있다. 그런 국면을 좌우하는 건 결국 힘과 세력, 단호한 판단과 행동의 관계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힘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그 국면에서 주저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지 못하면, 감상주의나 상대방의 '눈물' 코스프레에 넘어가면, 그래서 어중간한 타협을 하면, 저들에게서 강력한 복수를 당한다. 그러므로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어중간한 조치는 결코 피해야 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군주'와 그의 부하들 때문에 전전긍긍할 것이다. 나는 국지전의 가능성까지도 있다고 본다. 그런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2.

저들은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저들은 나쁜 의미의 마키아벨리스트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앞날을 위해 좋은 의미의 마키아벨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강력한 대응과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위임된 권력자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헌법이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물러나게 해야 한다. 그게 권력을 잠시 위임한 주권자의 역할이다. 주권자가 단호하지 못하면 위임권력이 주권자를 능멸한다. 그게 민주공화국의 딜레마다.

 

지난 3년 반 동안 이 국가에 '국정'이란 게 있었나. '헌정'이 작동하고 있었나.

3.

최고권력의 사퇴로 인한 '국정공백'이니 '헌정중단'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개념은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묻는다. 지난 3년 반 동안 이 국가에 '국정'이란 게 있었나. '헌정'이 작동하고 있었나. 지금 사태의 본질은 민주공화국에서 허울뿐인 권력과 정부만이 있었다는 것, 국정과 헌정이 작동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중단과 공백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최고권력자로 알고 있던 사람과 그의 휘하에 있던 정부는 민주공화국의 정부가 아니라 사적 욕심에 휘둘린 사익 집단이었다. '푸른집주식회사'였다.

 

4.

묻는다. 시민들의 신뢰와 위임의 근거를 완전히 잃어버린, 허수아비에 불과한 권력자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이 국정의 작동인가. 헌정의 지속인가. 지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임권력에게서 권력을 회수하는 것이 국정회복의 출발이다. 헌정을 훼손한 이들에게서 권력을 몰수하는 것이 훼손된 헌정회복의 출발이다.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고, 거국내각을 꾸려서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과 차기 정부를 선출하는 것이 국정회복이다. 그래야만 막대한 국가적 혼란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어중간한 '감상주의적' 타협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들은 단호해져야 한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단호해져야 한다. 대통령 퇴임후 차기 권력을 누가 차지하고 안 하고를 한가롭게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은 국가의 결정적 국면이다.

위임된 권력과 정부가 헌법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훼손했다면, '헌법애국주의'의 이름으로 그들에게서 권력을 회수해야 한다.

5.

하버마스의 주장대로, 굳이 '애국주의'란 말을 쓰자면,(나는 애국주의를 매우 싫어한다) 애국의 대상은 최고권력자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다. 헌법이다. 헌법애국주의다. 위임된 권력과 정부가 헌법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훼손했다면, '헌법애국주의'의 이름으로 그들에게서 권력을 회수해야 한다. 그게 주권자인 시민의 역할이고 민주공화국의 요체다. 대통령직 사퇴로 인한 '국정공백'이니 '헌정훼손'이니 하는 근거 없는 말들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저들이 주권자가 아니다. 시민이 주권자다. 국정과 헌정의 주체도 위임권력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다.

 

6.

대통령이 사퇴하는 것이 국정회복, 헌정회복의 출발이다. 본인 스스로 기자회견문에서 이렇게 자문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시민들이 묻고 싶은 질문이다. 이 모든 국정혼란과 헌정훼손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즉각 사퇴할 것을, 주권자인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다시 요구한다. 민주공화국의 앞날을 위해 물러나라.

 

 

7.

'결정적 국면'에서 새겨야 할 <군주론>의 말들이다.

"어중간한 조치는 결코 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아예 크게 입혀야 한다." (<군주론> 19면)

 

"모든 군주는 인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민들의 지지로 군주가 된 자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민들이란 단지 억압당하지 않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인민들의 의사에 반해서 그리고 귀족들의 지지에 의해서 군주가 된 자는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인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는 당신이 그들을 보호함으로써 쉽게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란 박해를 기대했던 사람으로부터 우대를 받으면 시혜자에게 더욱 애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 우호적인 인민들을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역경에 처했을 때 고립무원에 빠질 것이다." (70-71면)

 

"군주에게 최선의 요새는 그의 신민들이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이 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만약 군주가 외세보다도 자신의 신민을 더 두려워한다면, 그는 요새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신민보다 외세를 더 두려워한다면, 요새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 ... 그러나 요새를 너무 믿고 인민의 미움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148-149면)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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