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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문학과지성사'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vernote/송승언

지난달부터 잇따라 폭로된 시인들 성추문과 문학과지성사(문지)의 '문학권력'이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문단 내에서 제기됐다. 성추문에 연루된 시인 상당수가 문지에서 시집을 냈고 문지가 개설한 시 창작 강의를 성추문의 빌미로 삼기도 했기 때문이다.

4일 문단에 따르면 송승언(30) 시인은 전날 밤 온라인 메모장 에버노트에 공개한 '문학과지성사에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가해 지목자 다수가 문지에서 시집을 낸 시인들이라는 점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폭로된 성추문이 문지의 문학권력을 등에 업고 일어났음을 지적했다.

송 시인은 "그들이 시창작 강의, 과외를 운영하는 데 있어 '문지에서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점이 간과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리커처를 자랑스러워 하며, 그 캐리커처를 이용해 직접 SNS상에서 시봇(詩-bot) 등을 운영하는 나르시시즘을 보였다는 점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석이나 습작생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다른 문지 시인들과의 친분을 대단한 것인 양 과시하기도 했으며, '자신을 거치지 않으면 문단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식의 발화를 가해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면서 "문지가 주로 출신 문인들을 앞세워 강좌를 운영했던 '문지문화원 사이' 또한 권위에 기댄 성폭력의 현장이 되었음은 덧붙일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지의 원고 심사도 문제삼았다. 출간을 결정하는 방식이 불투명한 탓에 결과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작가들의 죄를 눈감게 된다는 것이다.

송 시인은 "문지에는 심사를 거치지 않고, 문지 동인 개인의 권한으로 무조건 출간시킬 수 있는 책이 연간 ○종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 이런 권한을 통해 다른 동인들의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온 책들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작품 지향이라는 껍질을 통해 작품의 수준 낮음과 작가의 윤리적 결함을 은폐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송 시인은 "'문학과 사회'라는 이름을 단 계간지를 전면에 내세운 문지가 사회 윤리에 이토록 무감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죄질이 나쁜 시인을 제명하고 이들이 시집을 낸 문지 시인선 400번대에 '구멍'을 남겨 '반성과 치욕의 사례'로 삼자고 했다.

그는 인맥 출판의 통로로 작용하는 출판경영 내규가 있다면 재정비하고, 문지문화원 강의 계약서와 출판 표준계약서에 성폭력 관련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 동인들의 권위와 위계를 드러내는 '의전 행위'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2011년 등단한 송 시인은 지난해 문지에서 시집 '철과 오크'를 냈다. 송 시인은 문지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일개 시인으로서 문지라는 권력에 기대지 않는 것으로 개인적인 작은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문지 관계자는 "박진성·배용제 시인의 시집을 출고 정지했고 추가 조치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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