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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미경 CJ 부회장 사퇴 종용 의혹

  • 강병진
  • 입력 2016.11.03 18:34
  • 수정 2016.11.03 18:35
ⓒ연합뉴스

청와대가 이미경 씨제이(CJ)그룹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엠비엔>(MBN)은 2013년 말 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씨제이그룹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당시 구속된 동생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맡은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종용했다고 3일 보도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씨제이그룹 임원에게 전화를 건 당시 청와대 수석은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릅니다”라며 이 부회장 퇴진을 재촉했다. 그는 씨제이그룹 고위 임원이 “그럼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라고 묻자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수석은 또 “좀 빨리 가시는 게 좋겠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씨제이 임원은 “부회장님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으시겠다”며 퇴진 거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통화가 있고 얼마 뒤인 2014년 1월에 이 부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밤’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해 여름 이 수석비서관은 교체됐고,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씨제이그룹은 건강 문제로 출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그 뒤 2년 넘게 미국과 중국 등을 오가며 한국에는 월 1회 정도만 오고 있다.

청와대가 대기업 오너 가족의 경영권에까지 개입한 배경은 분명치 않다. 하지만 당시 씨제이이엔엠(E&M)의 <티브이엔>(tvN) 프로그램 ‘에스엔엘(SNL) 코리아’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이 인기를 끌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고, 씨제이가 만든 영화가 극우세력한테서 좌파 영화라고 공격을 받은 게 거론되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보수세력이 ‘씨제이가 좌파 문화의 숙주’라고 공격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7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올해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지목되는 당시 청와대 수석은 <한겨레>의 확인 요구에 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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