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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는 이상한 곳이 아닙니다

오늘도 한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똘똘해 보이는 작은 녀석에겐 첨단 보조기기보다 점자와 보행교육이 급해 보였다. 길지 않은 대화가 오고 간 후 어머니도 아이에겐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셨지만 아직도 특수학교라는 타이틀이 뭔가 맘에 걸리시는 것 같았다. 마치 20여년 전 아들을 특수학교에 처음 입학시키시던 우리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어머니뿐 아니라 그때 내 심정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특수학교는 뭔가 많이 부족하거나 떨어지거나 특별히 다른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 안승준
  • 입력 2016.11.04 11:50
  • 수정 2017.11.05 14:12
ⓒgettyimagesbank

특수학교에서 내가 처음 맡았던 업무 중 하나는 신입생 유치였다.

집집마다 찾아다니기도 하고 병원을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설명하고 입학을 돕는 활동인데 초임 시절 가장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제였던 것 같다.

서울이라면 교통이라도 좀 나았겠지만 그땐 산 속이라도 굴 속이라도 차가 닿든 그렇지 않든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고 하면 일단 찾아가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였다.

주소도 정확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마을 구석구석을 두세 명이 조를 이뤄서 어렵게 어렵게 찾아가지만 환영을 받았던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선물로 가져간 작은 과일바구니 따위를 꺼내 보이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받기도 하고 굵은 소금세례를 받으면서 쫓겨난 적도 있다.

겨우 거실 진입에 성공하고 부모님과의 상담기회까지 획득한 후에도 사기꾼이나 약장수 취급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가져간 교육자료나 학생들 활동 동영상마저도 북한의 선전용 그것들보다 나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초임교사였던 내가 느낀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은 이 정도구나라는 허탈함이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이 많다.

안쓰러워서 불안해서 혹은 부끄러워서 밖에는 내보내지도 못하고 집에 가두어 두면서 특수학교는 안 된다는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았다.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축사 한 구석에 동물처럼 키워지는 아이도 있었고 안전이라는 이유로 줄에 매여서 사는 아이도 보았다.

글도 모르고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부모들에겐 특수학교는 그보다도 믿음이 가지 않는 그런 곳인 것 같았다.

그나마 환경이 나은 아이들은 동네의 일반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그냥 등교와 하교를 하는 것 이상의 어떤 활동도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학생 한 명 더 유치한다고 월급이 올라가는 것도 내게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특수교사라는 최소한의 양심 그리고 시각장애를 먼저 경험한 선배라는 작은 책임감으로 한 번만 더라고 외치고 찾아갔던 것 같다.

서울에 위치한 지금의 학교는 신입생 유치에서만큼은 그전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적어도 자동차가 눈더미에 파묻혀서 빠져나오지 못 한다거나 낫 들고 쫓아오는 괴팍한 학부모는 없으니까 말이다.

도시에 집중된 다양한 정보들이 어머니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어설픈 정보들이 또 다른 모양으로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통합교육 좋다는 말만 어디서 듣고는 무작정 일반학교를 추종하는 학부모님들 덕분에 교육과는 거리가 먼 수용상태에 있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요즘은 교육환경이나 서비스가 좋아져서 우리나라에도 선진국 부럽지 않은 통합환경을 제공해 주는 학교들도 있기는 한 걸로 알고 있다.

특수학급을 운영하기도 하고 도우미 선생님도 붙여주고 훌륭한 특수교사 분들이 적절한 조치들을 배치해주시기도 하신다.

그렇지만 아직은 준비된 학교보다 그렇지 못한 학교가 많은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통합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중에는 몇 가지의 도움만 받으면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것이 더 그 아이에게 좋을 수도 있다.

다만 집중된 서비스나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면서도 특수학교에 대한 거부감만으로 일반학교를 향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한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똘똘해 보이는 작은 녀석에겐 첨단 보조기기보다 점자와 보행교육이 급해 보였다.

길지 않은 대화가 오고 간 후 어머니도 아이에겐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셨지만 아직도 특수학교라는 타이틀이 뭔가 맘에 걸리시는 것 같았다.

마치 20여년 전 아들을 특수학교에 처음 입학시키시던 우리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어머니뿐 아니라 그때 내 심정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특수학교는 뭔가 많이 부족하거나 떨어지거나 특별히 다른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우리 학교는 같은 것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학교이다.

학교 아이들 중에는 또래보다 두서너 살 많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가끔은 훨씬 나이가 많은 학생들도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아이들에게 학년기를 늦추고 근원 모를 편견들이 아이들에게 주어질 맞춤형 서비스들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 고민들과 망설임 끝에 입학했던 꼬마녀석들이 올해도 멋진 대학생으로 웃으면서 졸업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다름으로 약간의 불편함을 가진 아이들이 교육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도 나는 또 다른 제자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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