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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귀신들린 여종'이라 표현한 신학생 시국선언문의 진짜 의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최순실이라는 귀신'과 '박근혜라는 여종'으로 표현한 신학생들의 시국 선언문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시국 선언문중 가장 강렬하다.

일단 제사부터가 다르다.

"너는 네 자식들을 몰렉에게 희생제물로 바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네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게 하는 일이다. 나는 주다"-레위기 18장 21절

'몰렉' 또는 '몰록'은 고대 바빌로니아와 가나안 지방에서 섬기던 신으로, 이 신을 섬기던 이들은 어린이를 제물로 바쳐 제사 지내는 '인신공회'를 하기도 했다. 항간의 소문을 떠올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첫머리다.

신학생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리교신학대, 장로회산학대, 한신대, 서울신학대, 성공회대, 연세대, 총신대, 에큐메니컬 등 전국의 신학대학 학생들이 모여 구성한 신학생시국연석회의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이 시국 선언문은 뒤이어 사도 바울 일행이 귀신 들려 영험한 점을 치던 여종의 귀신을 내쫓은 일화를 비유로 든다.

이 일화에 따르면 여종의 몸에서 귀신을 내쫓은 사도 바울은 여종의 점으로 돈을 벌던 소유자들과 주민들에게 잡혀 감옥에 갇혔다 풀려난다. 이 일화가 의미하는 바는 귀신만 쫓아서는 안되고 귀신으로 돈을 버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

신학생들은 여종을 박근혜로, 귀신을 최순실로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최순실이라는 귀신만 제거하면 박근혜라는 여종이 다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린 알고 있다. 이 체제 자체에 귀신이 들려있다는 사실 말이다."

귀신들린 여종으로 돈을 벌던 소유자를 쳐내야 한다는 이야기. 그 소유자에 대한 설명은 뒤이어 등장한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는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출연을 받아 자신의 재단을 세웠다고 한다. 서민 대중에겐 천문학적으로만 보이는 이 금액은 대기업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기도 응답이 빠른 헌금이었다. 대기업들은 헌금의 응답으로 세제 혜택, 규제 완화와 같은 축복을 받았다. 같은 시간 어떤 국민들은 물에 빠져 죽고, 어떤 국민은 물대포를 맞고 죽었다. 어느 한쪽이 헌금으로 인한 축복을 누리는 동안 어느 한쪽이 죽임을 당하는 체제를 우리는 인신공양의 사교라고 부른다."-신학생시국연석회의

뒤이어 신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신공양 사교의 무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신전을 폐하는 것이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장사하는 무리로 가득 찬 신전에서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며 환전상과 상인들을 내쫓은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해 항의하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는 "이 성전을 허물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리라!"고 답했다.

'신전을 폐하자'는 문장에서 이 장사하는 국가를 허무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는 함의가 읽히는 이유다.

아래는 신학생 시국 선언의 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2013년 12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대성당 앞에서 한신대, 성공회대 등 5개 신학대 학생들로 구성된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 후 기독교회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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