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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개헌'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이야말로 개헌상황 혹은 혁명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개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혼란스런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나가는 것이냐가 향후 헌법운영의 전범이 될 것이다. 거리 시위를 통해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은 지난 87년 상황까지 많이 해본 방법이다. 저항권이 헌법의 기초라는 것은 지당하다. 그런데 저항권행사는 특히 50대 이상의 우리 국민들은 이미 숙달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대의정치 안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11.03 06:32
  • 수정 2017.11.04 14:12
ⓒ연합뉴스

글 | 강 경 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헌법학 교수)

지금 우리는 해체공학적 정치해법을 찾고 있다. 대통령은 더 이상 실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정답으로 주어져 있다. 그런데 거기에 도달하는 수순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체도 질서 있게 하지 않으면 큰 손상이 오기 때문에 좋은 수순을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쪽에서는 즉각 퇴진(하야)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먼저 국회에서 요구하는 책임총리를 임명한 뒤 물러나라고 한다. 또한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거국중립내각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개헌을 거론하고 있다.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내년 3월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짓고 조기에 대선에 들어가자는 방식으로 구체적 일정도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을 조금만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이라면 개헌논의로 들어가면 헌법 전문에서 제130조까지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관계 국민들이 다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가 상당한 정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과 관계된 헌법조문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들은 미흡한 헌법조문의 자구를 수정하거나, 추가 혹은 삭제하고픈 생각들이 간절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의견이 다른 그룹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상상력을 발동해보면 함부로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국가를 또 다른 논란의 상황으로 몰고가고 결국은 분란만 키우다 일이 끝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꼭 바꿔야 할 헌법조문이 있으면, 사전에 그 조문에 한해서만 개헌을 진행시키는 것이 좋다. 그 절차도, 첫째, 국민에 대한 공지, 둘째, 전문가들의 심층 토론회, 셋째, 이에 대한 정확한 언론보도와 해설, 넷째, 여론조사를 거치되 국민들이 예컨대 3분의 2 정도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는 경우에만 헌법상의 절차(국회발의와 의결)를 거쳐 최종 국민투표에 부쳐 깔끔하게 헌법개정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그렇게 시급하지도 않은 것을 개헌의 대상으로 삼아 국론을 일삼지 말자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개헌하려는 목적을 대부분 현행 헌법아래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이야말로 개헌상황 혹은 혁명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개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혼란스런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나가는 것이냐가 향후 헌법운영의 전범이 될 것이다. 거리 시위를 통해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은 지난 87년 상황까지 많이 해본 방법이다. 저항권이 헌법의 기초라는 것은 지당하다. 그런데 저항권행사는 특히 50대 이상의 우리 국민들은 이미 숙달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대의정치 안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업그레이드된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와 정당, 언론 등이 잠시 정치적 책략을 떠나 헌법규범 정신과 원칙에 맞게 대통령을 간곡한 설득과 따가운 추궁 등 온갖 방식으로 국익에 부합하는 해체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협조하고, 국회가 요구하는 바에 따른 총리를 임명하고, 자신의 진퇴도 헌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바로 그 시점에 맞추는 모범적인 공직자상을 이룰 것이 필요하다. 이런 모습으로 과거와 다른 2016년의 한국 정치로 거듭나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바로 그것이 개헌의 완성이다. 협치, 합의정치, 내각제, 책임정치가 저만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신사적인 정치를 달성하게 되면 그것이 사회복지국가가 필요로 하는 성숙한 정치의 절반은 완성하는 것이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금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30년만의 혁명이니만큼 열정과 진심을 다 기울이자.

글 |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헌법학 교수이다. 영국과 미국의 노예제 폐지과정 연구를 통해서 시민들 한사람 한사람의 헌법정신이 중요함을 알았다. 헌법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사회복지국가로의 본격적 진입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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