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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삶을 정확하게 묘사한, 소녀들의, 소녀들에 의한, 소녀들을 위한 사진전

  • 김태성
  • 입력 2016.11.02 11:08
  • 수정 2016.11.02 11:33

아무 설명 없는 흑백 사진을 보고 광고 화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순간적으로 들 수 있다. 앞으로 누운 젊은 여성들이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포즈는 비슷하게 취했지만, 차이도 확실하다. 누구는 짙은 머리, 누구는 풍부한 머리, 또 누구는 곱슬머리를 가졌다. 팔에 고무줄을 감은 소녀와 팔찌를 감은 소녀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 찬 소녀가 더 많다.

어떻게 보면 이 단순한 사진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각인하는가 싶다. 즉, 통상적인 미의 기준에 따라 묘사된, 성공하고 실패한 모습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다 약간씩의 다른 자세와 표정을 지은 이 여성들은 광고나 잡지 표지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확실하다.

사진을 찍은 장본인은 오펠리 론도라는 소녀로서 친구 애슐리 아르미타지와 함께 '소녀들을 위한 소녀들'이라는 사진집을 시작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여성에 대한 묘사를 고민하는 두 사람인데 그런 사람은 사실 많다. 론도는 자기 사진을 "여성 눈길의 힘을 강조하기 위한 여성이 찍은 사진"을 지향하는 #girlgaze라는 프로젝트에 제출했다.

#girlgaze는 새로운 여성 예술인들을 지지하기 위해 예술가와 사진작가, 모델, 회사대표 등이 참여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고의적으로 남자의 시선을 배제한 작품전으로서 여성이 촬영을 맡거나 주제라면 참여가 가능했다.

그리고 이 캠페인에서 큐레이션된 일부 작품들이 지금 로스앤젤레스의 '아넨버그 사진 공간'에서 2월 26일까지 전시다. 사진전에 대한 갤러리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소셜미디어에서 주로 가져온 작품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란한 생동감이다. 여성, 유색인종, 트랜스젠더를 바탕으로 미의 기준과 여성의 정체, 관계, 정신건강, 창의성까지 다루고 있다."

여성미에 대한 가부장적 시선이 아닌 오로지 여성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표현하는 사진이 특히 많다. 작가 마알 사드의 자화상에선 코걸이를 두 개 끼고 보라색 마스카라와 립스틱과 어울리는 보라색 머리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보인다. 작가 도미닉 부커는 "우리를 그만 죽여라"고 적힌 간판을 들고 있는 못마땅한 표정의 소녀를 제시했다. 또 에마 크래프트의 세 주인공은 우리에게 익숙한 다소곳한 모습을 벗어나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다양성이다. 진정한 여성의 눈길은 쉽게 억누를 수 있는 일 개의 조용한 시선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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