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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퍼스트레이디'를 보좌하던 청와대 제2부속실은 '최순실 전담실'이 돼버렸던 듯하다

ⓒ한겨레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드나들 때 그를 차로 모신 이영선 행정관이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이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최씨가 강남의 비밀 의상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고를 때 이 행정관과 함께 심부름을 하던 윤전추 행정관도 제2부속실 직원이었다.

청와대 부속실은 과거 대통령을 담당하는 제1부속실과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로 나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배우자가 없다. 당연히 제2부속실은 없어질 것이라고들 관측했다. 그러나 온전히 살아남았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당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뒤 제2부속실이 그런 기능을 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제2부속실이 월권을 하면서 청와대 내 다른 조직과 마찰을 빚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제2부속실이 무엇을 하는 데인지 묻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게 무엇인지 따지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이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중심에 안봉근 제2부속실장이 있다. 그는 특히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인사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는 안 실장의 인사 개입을 보면서 ‘욕심이 너무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다 최순실씨의 심부름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모습.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은 가운데.

안 실장은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최씨가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101경비단과 마찰을 빚을 때 안 실장이 득달같이 달려나와 이래라저래라 호통을 쳤다고 한다. 결국 제2부속실이 모셨던 건 소외 계층이 아니라 최순실씨였고, 최씨는 보이지 않는 ‘퍼스트레이디’였던 셈이다.

자신의 셔츠에 정성스레 휴대전화를 닦아 건네던 이영선 행정관은 최순실씨와의 관계가 1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천거로 2007년부터 박근혜 대표의 경호를 맡았다.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대통령 탑승 차량의 선탑자로 근무하는 등 대통령의 최근접 경호를 맡았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바뀐다. 애초 청와대에 경호실 직원으로 들어갔는데 곧바로 제2부속실에 파견을 나간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행정관의 원래 주특기는 경호였지만 제2부속실로 옮기면서는 최순실씨를 전담하는 개인비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윤전추 행정관은 헬스트레이너 출신으로 불과 34살의 나이에 제2부속실 3급 행정관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최근 한겨레 취재 과정에서 그가 강남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의 헬스클럽에서 일하면서 최순실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

최씨의 한 지인은 “최씨가 이 헬스클럽에 다닌 것은 자신이 운동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딸 유라의 건강관리를 위해서였는데 윤전추 트레이너가 유라를 가르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결국 윤 행정관도 최순실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이지 제2부속실을 중심으로 알려지지 않은 최순실 사람은 청와대에서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제2부속실 인선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방의 인사는 그래도 짐작이라도 하는데 제2부속실은 미궁이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본관에 들어간 침대 3개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달청의 물품목록을 보면 607만원 상당의 고급 침대 등 모두 3개가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도 아닌 본관 집무실에 들어갔다. 하나는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도 해도 나머지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최순실씨가 제2부속실에서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하면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제2부속실은 2년 가까이 존속하다가 ‘십상시 문건’ 파동의 여파로 2015년 1월 없어진다. 제1부속실에 흡수된 것이다. 그래도 최씨를 위한 제2부속실 업무는 계속 유지돼 왔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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