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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의도""중상모략" 29년 전 최순실 인터뷰, 박근혜 말투와 똑같다

  • 김현유
  • 입력 2016.10.31 10:40
  • 수정 2016.10.31 10:41

국정농단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60)씨가 육영재단 농성 사태가 일어난 1987년 9월 한 월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쓰는 표현과 유사한 표현을 반복해서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기사 전문이 공개됐다.

월간지 '여성중앙'은 지난 28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1987년 10월호에 실린 최순실씨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인터뷰는 1987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에서 최태민 전 구국봉사단 총재와 그의 딸 최순실 C학원 원장의 ‘외부 개입’ 등으로 인해 발생한 ‘육영재단 농성 사태’를 두고 최순실씨가 적극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뷰를 보면,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인 “순수한 의도였다”, “유언비어가 흘러나왔는데 중상모략”, “납득이 가지 않는 소문”, “변명할 가치도 없는 것들“, “터무니없는 소문들”, “조작된 것”, “좋은 일을 해보려다 괜한 소용돌이에 말려들었다”, “문제를 만들기 위한 문제 제기” 등의 표현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육영재단 사태에 대해 알아보면, 육영재단은 1969년 4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 부인인 육영수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1986년 즈음부터 최태민 전 구국봉사단 총재와 그의 딸인 최순실 C학원 원장이 육영재단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직원들이 1년 동안 140명이나 그만두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최순실 원장이 육영재단에서 발행하던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 제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어깨동무 편집진이 파업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1987년 9월 서울 한남동 힐사이드 2층에서 3시간 동안 '여성중앙'과 인터뷰를 했다. 최씨는 먼저 최태민 전 총재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아버지가 육영수 여사의 충격적인 서거로 인한 당시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자는 의도에서 ‘구국봉사단’이란 순수한 민간단체 모임을 만들었고, 대표 자리를 박근혜씨가 맡아줄 것을 바라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넣었다”며 “육여사께서 해오셨던 일에 대한 구심점을 박근혜씨를 중심으로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당시 발기인들의 순수한 의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씨는 ‘구국봉사단’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명예총재가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아버지 최태민이 ‘기인’이라는 소문’에 대해 “아버지가 구국봉사단 총재를 맡고 난 후부터 갖가지 유언비어가 흘러나왔는데 모두가 중상모략”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소문들이다. 일일이 변명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최태민과 구국여성봉사단 여비서와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소문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소문”, “여자들 입에서 조작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태민이 돈 문제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조사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죄가 있었다면 구속이 안 될 리 없다”라고 말했다. 또 최순실의 외부 개입에 반발하는 '어깨동무' 편집진의 파업에 대해서도 “유아교육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편집 간섭’이라고 했다”며 “(어깨동무 폐간을 건의했다는 설도) 말도 되지 않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을 해보려다 괜한 소용돌이에 말려들어 저뿐만 아니라 교수님들도 당황했다”며 “문제를 만들기 위한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최순실씨는 ‘박근혜씨와 알게 된 것은 언제부터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1986년) 어린이회관에서 처음이었다”며 “1986년 3월 학원을 개원하고 유치원 원생들을 모집했는데 운동장이 해결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사들이 어린이회관을 이용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그때 저는 박근혜씨가 어린이회관의 육영재단 이사장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과 어린이회관이) 자매결연을 맺은 뒤 원생들을 데리고 갔다가 회관을 둘러보는 박근혜씨를 만났다”며 “아버지 이름을 말씀드리고 제가 학원을 하는 데 시설을 이용하게 편의를 봐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열심히 해보라며 아버지 안부를 물어 잘 계시다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1분 정도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 역시 29년이 지나 거짓말로 밝혀졌다. <뉴스타파>가 지난 9월29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1979년 6월10일 한양대 교정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 제전에서 나란히 걷고 곁에 앉아 속삭이는 모습이 포착되어 있다. 행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27살, 최순실씨는 23살이었다. 뉴스타파는 “이날 행사에 박 대통령은 새마음봉사단 총재로, 최순실씨는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으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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