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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귀국 전후 조직적인 증거인멸·짜맞추기 흔적이 발견됐다

  • 허완
  • 입력 2016.10.31 05:07
  • 수정 2016.10.31 05:08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포폰’을 써가면서까지 검찰 출석을 앞둔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회유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케이스포츠재단의 컴퓨터가 모두 교체되고 최순실씨 소유 회사의 이메일 계정도 전면 폐쇄됐다.

이런 증인 회유와 증거인멸 시도는 최씨의 귀국을 앞두고 전면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 전 사무총장은 30일 <한겨레> 취재진을 만나 “안 수석이 지난 26일 ‘대포폰’으로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왔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안 수석은 이 문자메시지에서 “사모님. 저는 경찰도 검찰 쪽도 기자도 아닙니다. 제가 정 총장님 도와드릴 수 있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남겼다. 발신번호는 ‘010-○○○○-3482’로 안 수석이 미리 ‘안전한 번호’라고 알려준 번호였다.

이에 앞서 24일 오후 케이스포츠 경영지원본부장 장아무개 대리는 정 전 사무총장 부인한테 “안녕하세요 사모님. 총장님께 안 수석이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요. 메모 전달드립니다. 010-○○○○-3482로 연락 원하셨습니다. 안전한 번호라고도 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다. 장 대리가 여러 차례 이런 문자를 보냈는데도 통화가 되지 않자, 안 수석은 26일 직접 문자를 보냈고 전화까지 한 것이다. 이날은 정 전 사무총장이 검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이다.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던 시도로 보인다.

안종범 수석이 대포폰으로 K스포츠 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 부인에게 접촉 시도한 문자내역

최순실씨가 재단에 관여한 흔적을 지우기 위한 증거인멸도 속속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나가 보니 재단의 모든 컴퓨터가 싹 다 바뀌어 있어 증거가 될 만한 게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씨의 심복으로 재단 설립 과정 등에 깊숙이 개입한 김필승 이사의 가방엔 ‘언론대응 매뉴얼’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소유의 더블루케이에서는 회사에서 쓰던 메일 계정도 폐쇄됐다. 회사 관계자는 “더블루케이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어 ‘후이즈’(whois) 메일 계정을 써왔고 최씨의 아이디(ID)는 ‘tbk@thebluek.co.kr’이었다”며 “최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어서 메일에 접속하려 했는데 계정이 폐쇄됐다는 안내가 떴다”고 말했다.

이런 증거인멸과 안 수석의 ‘입맞추기’ 시도는 그동안 잠적해왔던 최순실씨 등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이 거의 동시에 입국해 검찰에 자진출석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청와대의 총지휘 아래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씨는 지난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사흘 만인 30일 돌연 영국 런던을 출발해 국내로 귀국했다. 앞서 타이 방콕으로 몸을 숨겼던 최씨의 측근 고영태씨도 27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다른 측근으로 두 달 가까이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은택 감독도 조만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들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태도를 바꾼 데는 청와대의 ‘지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30일 이틀째 압수수색을 위한 검찰의 강제진입도 거부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된 안 수석, 정호성 비서관 등과 관련된 물증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안종범·우병우 수석 등 주요 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비서관들의 사표를 30일 전격 수리했다. 청와대가 핵심 의혹은 철저히 보호하면서 ‘꼬리’는 잘라내 사태를 수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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