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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은 있다." 박근혜의 20년 전 일기를 읽어보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 김수빈
  • 입력 2016.10.30 11:03
  • 수정 2016.10.30 11:20
ⓒ뉴스타파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동을 살펴보면 최순실 씨의 동기를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통령의 거의 맹종에 가까운 신임을 바탕으로 사욕을 채우고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따로 있다. 왜 박근혜 대통령은 최씨에게 그렇게 과도한 신임을 준 것일까?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만으로는 쉬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최씨의 아버지이자 박 대통령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최태민 씨와의 관계에 주목한다. [관련기사]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40년 관계를 총정리했다

최순실 씨가 최태민 씨의 '영적 후계자'라는 이야기는 이런 측면에서 실마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20년 전 일기를 읽어보면 박 대통령이 과거부터 예언과 계시, 운명 또는 천명을 깊이 믿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뉴스1은 지난 29일 박 대통령이 1993년에 출간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의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이 책은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박 대통령이 쓴 일기를 엮어 낸 것이다.

특히 1991년의 일기에는 박 대통령의 독특한 '종교적' 성향이 뚜렷히 드러난다:

"예언이 있다는 것. 또 그것대로 일이 이루어진 예들을 볼 때 역사와 인간의 운명도 모두 다 천명에 따라 각본에 따라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다 정해진 것을 인간들이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질없이 무리를 하다가 결국 인생의 패배자가 되고 만다."(1991년 2월22일, 책 93쪽)

정치지도자가 종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시 될 이유는 전혀 없다. 역사에는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긍정적으로 반영한 정치지도자도 많다. 제2대 유엔 사무총장이자 역대 최고의 사무총장으로 자주 칭송받는 스웨덴의 경제학자이자 외교관인 다그 함마르셸드는 가장 대표적인 현대의 사례.

허나 박 대통령의 경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방식으로 한 정치지도자의 종교적 성향이 발현된 사례다. 최태민·최순실 씨를 따라다니는 '한국의 라스푸틴'이라는 꼬리표를 보라.

20년 전에 사인(私人) 박근혜가 품고 있던 생각이 오늘날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예의 그 '각본'에 따르면 대통령 박근혜는 과연 인생의 승리자일까 패배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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