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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입'이라 불렸던 전여옥이 침묵을 깨고 박근혜-최순실의 관계를 증언했다

  • 허완
  • 입력 2016.10.29 07:05
ⓒ연합뉴스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29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와 별도 기고문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증언했다. 이 내용은 꽤 충격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과거에도 연설문이 누군가에 의해 수정되어 돌아왔다는 말을 했다. "(당시에도) 원고가 '걸레'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

- 걸레가 되어 돌아왔다니.

"(말을 가다듬으며) 개악(改惡)이 되어 돌아왔다는 뜻이다. 박 대표 시절 비서실장은 유승민 의원이었다. 유 의원이 글을 잘 쓴다. 그런데 유 의원이 쓴 대표 연설문이 모처에 다녀오고 나면 걸레, 아니 개악이 되어 돌아왔다는 뜻이다."

- 누가 그랬을까.

"그때는 정호성 비서관이 고치는 줄 알았다. 그 자체도 물론 말이 안 되지. 하극상 아니냐. 대표 비서실장이 쓴 원고를 일개 비서가 고치는 거니까.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우리가 당에서 만든 대표의 '메시지'말고 다른 곳에서 온 메시지를 자꾸 발표하는 거다. 이번에 보니 다 그게 최순실의 작품이었던 거다." (조선일보 10월29일)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전여옥 전 의원. 2007년 7월12일. ⓒ연합뉴스

전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쪽으로 옮기며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당시 그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2007년 기사를 읽어보자.

전 의원의 ‘변신’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4월26일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뒤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박 후보 쪽을 향해 “주변 의원들이 종교집단 같다”며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한겨레 2007년 7월12일)

또 그는 2012년 1월 낸 자서전에서 "(박근혜는)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 책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도 다시 화제가 된 바 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 내가 당에 들어와 지난 3년 동안 지켜봐 왔다. 가까이서 2년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 감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과연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미 정해졌다. 아니다. No였다.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또 되어서도 안되는 후보라고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한겨레 2012년 12월4일)

전 전 의원은 조선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과거 자신이 목격했던 최순실, 정윤회 등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했다.

20년 전 기자 시절 최순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야인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명의 중년 여성과 함께 왔다. 비주얼로는 딱 공주와 상궁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여성은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유난히 큰 소리로 웃었다. 나는 프로그램 작가에 물었다. "도대체 누구예요, 저 여자?" 작가가 말했다. "저 여자가 바로 최순실이잖아요." (조선일보 10월29일)

그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음산한 분위기가 무슨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전 의원은 "'부모 없는 불쌍한 박근혜'를 지켜줘야 한다고, 그러니 대통령으로 뽑아줘야 한다고, 아버지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 있을 거라고 믿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며 "나는 그 상황이 기막히고 참으로 걱정스러웠다"고 적었다. "국민도 문제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는 것.

그러나 그는 "더 나쁜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이었다"며 '친박'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야당은 무능했고 새누리당 친박은 '참 나쁜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이 몰랐다고? 개와 소가 웃을 이야기이다.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친박들은 권력 나눔, 즉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약점 있는 대통령이라면 더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 마음껏 조종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국제회의에서 프롬프터를 보며 영어 연설에 몰두하는 '순수한' 여성 대통령을 바라보며 그들은 은밀한 웃음을 나눴을 것이다. 문고리 3인방하고만 통하면 되니 이 또한 얼마나 간편한가? '편의점 정치'였다. (조선일보 10월29일)

전여옥 전 의원의 기고문은 여기에서, 인터뷰는 여기에서 각각 전문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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