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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회장이 방산비리 무죄를 선고받고 V자를 그렸다

  • 박세회
  • 입력 2016.10.28 05:59
  • 수정 2016.10.28 06:01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과 관련해 1,100억원대 납품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이 27일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날 이 씨는 10개의 혐의 중 핵심인 '방산 비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방청석을 향해 V자를 그리며 웃는 얼굴로 법정을 나갔다고 한다.

특히 이 회장은 2014년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재판에 넘긴 인사 중에서도 거물급으로 꼽힌 터라 이번 무죄 선고는 비록 1심이라 해도 검찰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다.

재판 쟁점 중 하나는 터키 군수업체 하벨산으로부터 EWTS 구성 소프트웨어 일부를 하청받은 SK C&C가 EWTS의 주요 구성장비를 신규로 연구·개발할 의무가 있었는지였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하벨산의 하청을 받은 SK C&C가 EWTS 핵심장비를 재하청 등으로 구입해놓고 마치 새로 연구ㆍ개발한 양 가장해 거액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SK C&C가 하청받은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새롭게 연구·개발할 의무가 있었다는 얘기.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 C&C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할 의무는 있지만, 상용품을 활용하거나 외국산 핵심 부품을 도입해 설계·개발하면 되는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이 씨가 V자를 그리고 나갔지만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아니다. 징역 3년 4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회삿돈 약 100억원을 횡령하고, 국군기무사령부 군무원 2명에게 “일광공영의 보안점검을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뇌물 총 1,505만원을 건넨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또 자신이 이사장인 학교의 교비를 임의로 사용한 혐의(사립학교법 위반 등)와 하청업체의 컴퓨터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무단 복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3년 4월을 선고했다.-한국일보(10월 28일)

재판부는 이 회장 등이 이런 소프트웨어나 장비들의 신규 연구·개발을 빙자해 EWTS의 공급 가격을 부풀렸다는 검찰 주장도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배척했다.

검찰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재판을 수십차례 하고도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

실제 이날 1심 선고가 나기까지 공판준비기일은 9번, 공판기일은 80번이나 열렸다.

공소사실이 방대하고 기소된 인사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그만큼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였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방산이라는 게 대부분 기술 이전이 핵심 내용이고, 운영 유지를 하려면 국내 업체가 해당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법원은 SK C&C의 신규 연구·개발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기본 전제가 인정이 안 되니 무죄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재판(유죄 입증)이 어려워지니 그만큼 수사하기도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또 검찰 일부에선 '제한적 경쟁'이 이뤄지고 군 관련 인맥끼리 촘촘히 연결돼 있는 군수·방위산업의 특성상 막상 수사를 해도 관계자들의 자백이나 진술을 이끌어내 비리를 척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를 주장한다.

이유 여하를 떠나 방산 비리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잇따른 데 대해선 방위사업비리 척결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출범한 합수단이 성과를 내기 위해 성급히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노영희 변호사는 "수사 증거 자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 시선을 의식해 보여주기식으로 수사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런 우려가 맞아떨어지는 쪽으로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불과 이달 초만 해도 북한군 개인화기에 뚫린다는 논란을 빚은 불량 방탄복을 납품한 혐의로 기소된 군수업체 대표와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방산비리 혐의로 기소된 거물급 장성들도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받은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같은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기소됐던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도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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