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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비선모임의 '비밀 아지트' 찾았다

  • 허완
  • 입력 2016.10.26 13:31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 자료로 측근들과 함께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논현동 비밀 사무실’의 존재가 26일 한겨레 취재로 확인됐다. 올해 5~6월에 주로 사용된 이 곳에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드나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순실씨의 비선모임이 국정관련 논의 등을 한 회의실로 사용한 것으로 관계자들이 증언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ooo-o번지 건물. 이곳 2층을 주로 회의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케이(K)스포츠재단 전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최순실씨와 논현동 OOO-O번지 2층 사무실에서 서너차례 만났다”며 “(주)더블루케이 사무실, 카페 테스타로싸에서도 모였지만, 이곳에서 더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곳에서 회의할 때 대부분 (차 감독의 절친한 후배로 알려진 그래픽디자이너)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와 있었다. 그 곳에서 (차 감독과 가까운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김홍탁도 만났다”고 말했다. 이 사무실은 그동안 최씨와 관련된 것으로 여러 언론에 언급됐던 논현동 일대 업체들의 사무실들과 달리 간판도 없이 오직 회의용으로만 빌린 곳이다. 이 관계자는 “2015년 말에는 인근에 있는 건물 5층을 빌려 사용했다”고도 말했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는데, 이 사무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 입주업체들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 만나 “2층에 있던 분들은 지난 5월 급하게 입주했다. 주로 여직원만 있고 회의를 하러 사람들이 모였는데, 두달 정도 쓰다가 급히 나갔다. 지금 있는 분들은 ‘후배 사무실 인수받아서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대료도 비싼 곳인데 회의용으로만 이용해서 의아했다”고도 말했다. 현재 이 곳은 지난 6월 중순께부터 ㅋ영화사가 임대해 사용 중이다. 하지만 이 영화사 관계자는 “전에 사용하던 분들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건물 주변에선 최순실씨로 추정되는 여성에 대한 목격담도 많았다. ㄱ씨는 “부정기적으로 나이 있는 여자분들,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1~2명 오곤 했다. 그들이 도착하기 15분 전쯤 여성 직원이 1층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며 “회의가 끝난 뒤 서류 뭉치를 트렁크에 넣는 등의 행동이 수상했다”고 말했다. ㄴ씨도 “언론에 보도된 최씨 관련 장소들이 이 근방이라 기사들을 유심히 봤다. 주차 문제로 시비가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기억한다. 내가 목격했던 사람이 차은택씨였고, 김종 차관이 운전사와 함께 왔던 것도 봤다”고 말했다. 건물 인근에서 가게를 하는 ㄷ씨는 “얼마 전까지 덩치 좋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는데 싹 없어졌다. 2개월 전에는 회장님 같은 분들이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의 얼굴사진을 지목하며 “이 사람이 왔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실은 차씨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플레이그라운드)와도 겨우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었다. ㄴ씨는 “‘플레이그라운드’ 사무실에서 이 사무실로 여직원이 왔다갔다 하곤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는 이런 비선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 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며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까지 모였다. 나도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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