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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의 성폭력에는 공통적인 원인 3가지가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6.10.25 12:35
  • 수정 2016.10.25 13:33
ⓒairdone

문단 내 성폭력 추문 논란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단의 성폭력 고발은 지난달 김현 시인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을 고발하자는 글을 기고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최근 소설가 박범신 씨가 성추문 구설에 올라 사과했고, 시인 박진성 씨는 시를 배우려는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등장하면서 사과문을 발표한 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또 서울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함영준 씨는 지난 23일 미술계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트위터 해시태그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문화계 내 성폭력 폭로가 이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문화계의 이같은 관행적이고 유사한 양상의 성추문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전형적인 권력 갑을관계 악용

관련 분야에서 '권력'을 쥔 남성이 이해관계에 있는 여성들에게 성희롱 또는 성추행하는 일은 문화예술계 밖에서도 일어난다. "사석에선 오빠라고 불러"와 같은 말도 이런 카테고리 아래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갑을관계에 따른 폐쇄성과 윤리 의식 부족이 이런 현상을 빚어냈다고 설명한다.

2. 문화계에 만연한 '침묵의 카르텔'

더욱이 문화예술계 내 '침묵의 카르텔'은 공고해 곪은 상처를 도려내지 못하고 있다.

익산시립합창단 단무장이 지난 8월 여성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했다 처벌된 사건은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덮였을 문제였다. 소설과 시를 배우거나 예술을 배우는 예비 문화예술인들도 자신의 미래 때문에 '침묵의 카르텔'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문화집단에 반기를 들면 향후 등단이나 입상에서 배제돼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다.

3. 성 관련 문제를 예술 행위의 하나로 합리화하는 분위기

문화예술계의 내부 분위기도 병폐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 여성 시인은 "문단 인사들이 술자리에서 종종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을 하거나 원치 않은 신체적 접촉을 하기도 한다"며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오랜 병폐이자 언제 터질지 모르던 시한폭탄이 폭발했을 뿐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원도연 원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예술가들에게 요구하는 윤리적 잣대가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특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강자와 약자의 권력관계 속에 나타나는 문제점도 있겠지만, 예술가들의 부족한 윤리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몇 예술가들의 기행 또는 개성들로 치부됐던 것들은 사회적인 윤리로 들어와야 한다"며 "예술가들과 대중의 소통이 이제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수평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도 이번 성추문 논란을 "남성우월주의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문단 내 구습과 규범이 변화하는 세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문단을 비롯한 문화예술계가 잠수함의 토끼처럼 민감하게 시대 변화를 감지하고 성인식만큼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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