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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덕분에 22개월 전의 '정윤회 파문 총정리'는 지금 술술 읽힌다 (복습)

  • 허완
  • 입력 2016.10.25 11:06
  • 수정 2016.10.25 18:30

가끔은 시간이 지나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그 때도 분명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들. 그러나 나중에 다시 보니 그제서야 모든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도 그 중 하나다.

잠시 22개월 전으로 돌아가보자. 2014년 11월, 세계일보는 청와대 내부 문건인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정윤회씨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다.

정윤회씨가 2014년 12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이 문건은 '정윤회 국정개입 파문'으로 번졌다.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청와대 내외부 인사들과 접촉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

이 문건에 따르면, '십상시'로 지칭된 이들은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퇴설을 '찌라시'에 유포하는 등의 일을 저질렀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선실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정윤회 vs 박지만(박 대통령의 동생) 권력 암투설' 등의 해석을 낳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모든 사태를 '찌라시 소동'으로 정리해버렸다.

곧바로 '문건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해당 문건의 작성에 관여한 박관천 경정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박 경정은 구속수감됐다. (이후 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정윤회 파문'의 맥락이 잘 정리되어 있는 기사 중 하나는 바로 한겨레의 '정윤회 파문 총정리' 시리즈(2편)다.

관련기사 :

- 한 눈에 딱 들어오는 ‘정윤회 파문’ 총정리 (한겨레)

- 정윤회 딸 ‘판정 시비’부터 박 대통령 “나쁜 사람”까지 (한겨레)

장편 대하극을 방불케 하는 분량의 이 기사들에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최순실, 정유라씨도 물론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모두의 시선이 '정윤회'로 쏠려 있었다.

사실, 당시에도 이 사건은 '전대미문의 파문'으로 표현되곤 했다.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비선실세'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

그러나 이 사건은 그 중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지근하게'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이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으며 어느 정도 사태를 반전시켰고, 빠르게 시작된 검찰 수사는 '청와대 문건유출'에 초점을 맞췄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고,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진 것도 '미지근한' 반응의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도 이미 최순실씨와 정유라씨의 존재는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안다. 정윤회씨가 아니라 사실은 최순실씨가 '비선실세'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것을.

2014년 9월, 인천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딸 정유라씨를 응원하러 온 최순실씨. ⓒ시사IN

복잡하고 어렵게만 보였던 '정윤회 파문'은 최순실씨 관련 의혹들이 부상한 덕분에 한결 다르게 읽힌다. 하나 둘씩 퍼즐이 완성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직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대체 무슨 관계인지 뚜렷하게 밝혀져야 하며, 최씨가 국정에 개입한 근거가 더 있는지도 드러나야 한다.

최씨가 보관하고 있던 청와대 자료들이 외부에 유출된 일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하고, 이런 사실을 청와대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규명되어야 한다.

최씨의 자금 및 관계 회사들에 대한 의혹,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실체 등에 있어서도 더 밝혀져야 할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관련기사 : 이것만 보면 다 안다, 최순실 게이트 총정리 (한겨레)

다만 분명한 건,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피해가기는 힘들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파문은 '찌라시'로 치부하고 얼렁뚱땅 넘어갈 만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무엇보다, 최순실은 정윤회가 아니다. 국회도, 언론도 박 대통령을 편들어 줄 상황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에서 JTBC의 보도를 언급하며 이렇게 적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기자와 별 내용 아닌 통화를 한 것을 두고 국기 문란이라고 검찰에 수사를 지시했었다. 최씨 국정 농단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것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국기 문란이다. (조선일보 사설 10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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