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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의 시위대가 다시 폴란드의 거리로 뛰쳐 나온 이유

A woman shouts slogans as she takes part in an abortion rights campaigners' demonstration
A woman shouts slogans as she takes part in an abortion rights campaigners' demonstration ⓒKacper Pempel / Reuters

폴란드에서 검은 옷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왔다.

낙태전면금지 법안이 거센 반대여론에 무산됐음에도 보수 집권당이 낙태금지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새 법안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 의회 앞에서 낙태금지 강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우리는 우산을 접지 않을 것'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지난 3일 '검은 월요일' 파업 때처럼 검은 옷을 입고 모인 시위대는 "이제 충분하다"고 구호를 외치며 가톨릭교회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시위는 폴란드 다른 도시에서도 잇달아 발생했다.

시위는 24일까지 이어지며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일부 여성들은 이날 파업을 벌이거나 학교 수업을 거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위는 약 3주만에 재현됐다. 보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이 낙태전면금지법 제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여성 수만 명이 직장에 나가거나 가사 노동을 하는 대신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었다.

낙태전면금지 법안은 결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법과정의당은 불과 며칠 만에 낙태금지를 강화하는 새 법안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는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임산부가 위태롭거나 태아 사망이 거의 확실한 경우,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클 때도 아이가 세상에 나와 세례를 받고, 장례를 치르고 이름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이미 유럽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편에 속하는 낙태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임산부나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할 수 없다.

AP통신은 지난해 로마 가톨릭교회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집권한 법과정의당이 가톨릭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낙태금지 강화법안을 밀어붙인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폴란드에서는 공산당 집권 당시만 해도 낙태가 허용됐지만 1989년 정권이 교체되고 가톨릭계 입김이 세졌다. 1993년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낙태금지법안이 의회를 통과됐다.

공식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에서 지난해 1천40건의 합법적인 낙태 수술이 시행됐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수술을 받거나 온라인에서 낙태 유도제를 주문해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실제로는 낙태 건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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