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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자식은 필요 없대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거리공연 'Unjustifiable'을 선보이는 제 모습입니다. 귀여운 동물인형들과 제가 들어있는 각각의 박스에는, 그들이 버려진 이유가 쓰여있습니다. 주인님 가족에게 아기가 생겨서, 이미 많은 반려동물이 있어서, 혹은 장애가 있어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있듯이 성소수자라서 버려지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되,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표현하고 싶어 선택한 방법입니다. 제가 앉아있는 박스에는 '게이 자식은 필요없대요 (Because I'm Gay)'라고 쓰여있습니다.

  • 히지양
  • 입력 2016.10.27 10:40
  • 수정 2017.10.28 14:12

오늘은 제가 작년부터 선보여온 한 스트릿 퍼포먼스(거리 공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퍼포먼스의 제목은 '정당화할 수 없다'라는 의미의 'Unjustifiable'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당화 될 수 없을까요? 저는 집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버림받는 이유가 '성소수자'인 청소년들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인권 활동가 친구들이 많은데요, 그 친구들은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려 고통받고 있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애쓰는 친구들입니다. 이러한 친구들의 활동을 보면서, 저는 '기부하는 것 외에 내가 이런 청소년들과 활동가들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근본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거리 공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Luke Williams)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거리공연 'Unjustifiable'을 선보이는 제 모습입니다. 귀여운 동물인형들과 제가 들어있는 각각의 박스에는, 그들이 버려진 이유가 쓰여있습니다. 주인님 가족에게 아기가 생겨서, 이미 많은 반려동물이 있어서, 혹은 장애가 있어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있듯이 성소수자라서 버려지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되,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표현하고 싶어 선택한 방법입니다. 제가 앉아있는 박스에는 '게이 자식은 필요없대요 (Because I'm Gay)'라고 쓰여있습니다.

(사진 출처: Blair Kitchener)

(사진 출처: Blair Kitchener)

계속해서 시청 앞에서 거리 공연을 선보이는 제 모습과, 이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사진 출처: Blair Kitchener)

공연을 선보이다 보면 제가 다가와서 대화를 걸거나 응원을 해 주는 사람들도 꽤 많답니다.

인사동에서 거리 공연을 선보이는 제 뒤에, 노래하며 전도하는 기독교단체 분들이 보입니다.

요즘 잘나가는 핫 플레이스중 하나인 이태원에서도 물론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공연을 하다 보면 소식을 듣고 직접 저를 만나 응원해주고자 찾아와주는 분들도 있답니다.

또 다른 핫 플레이스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벌어졌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거리와 달리, 랜드마크이자 빌딩인 DDP는 경비가 살벌했는데요, 저를 둘러싸고 수많은 경비 인원들이 무전을 하는가 하면 공연을 중지하라는 압박을 계속해서 불어넣었습니다. 저는 촬영허가증인 프레스카드도 발급 받았고 제 공연 모습을 친구가 촬영한 뒤에 떠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많은 경비원분들께서 저를 쫓아다니며 제게 압박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지친 나머지 DDP에서도 사람이 적고 경비도 다소 느슨한 장소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숨 돌리려는 순간 한 경비원분께서 제게 다가와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이제 슬슬 짜증이 난 저는 퉁명스럽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버림 받은 성소수자 청소년들 도우려고 공연하는거고, 프레스카드도 발급 받았고, 곧 떠날 거예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돌아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경비원분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도 성소수자이고, 제 애인과 행복하고 동거하고 있습니다. 이 돈, 성소수자 청소년들 돕는데 기부해 주시겠어요?"

그렇게 제 손에 기부금으로 만원 짜리 몇 장을 쥐어주신 경비원분께서는 DDP관계자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당부를 남긴 후 서둘러 사라지셨습니다. 거리 공연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교류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이 생기고, 응원도 많은 받는답니다. DDP에서 있었던 이 경험은 제가 오래도록 기억할 너무나도 감동적인 뜻밖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무들도 노랗게, 빨갛게 물들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데요,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집 등을 전전하며 고생할 어린 청소년 친구들을 한 번 더 생각해주시길 바라고, 그들을 돕고 싶은 분들께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의 웹사이트(www.ddingdong.kr)를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래 비디오는 영어권 국가에서 유명한 한국인 성소수자 유튜버 Luke Williams가 제 공연을 촬영한 뒤 힘을 실어주고자 만든 비디오 입니다.

그리고 이 비디오는 거리 공연 영상과 사진들을 모아 만든 콜라주 비디오 입니다. '언제든 집에 돌아오렴'이라는 의미의 'You can always come back home'이라는 가사에 감명받아 제가 부른 Jason Mraz의 93 Million Miles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의 웹사이트:

www.ddingdong.kr

제 다른 작품들 및 공연들을 보실 수 있는 제 웹사이트 입니다:

www.heezy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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