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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이 오바마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침묵은 별것도 아니다

  • 박세회
  • 입력 2016.10.23 13:11
  • 수정 2016.10.23 13:17

지난 10월 13일 노벨 위원회가 밥 딜런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이후 밥 딜런은 쭉 침묵을 지켜왔다. '그가 상을 받으러 나타나든 아니든 영예는 그의 것'이라던 한림원도 속이 편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지난 토요일 스웨덴의 미디어에 따르면 한림원의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밥 딜런의 침묵에 대해 '무례하고 오만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건 원래 밥 딜런의 스타일이다. 그가 2010년 2월 백악관에서 열린 '시민 평등권 운동에서 파생된 음악 축제'에 참여했을 당시를 회상해보면 그렇다.

2013년 9월 음악 전문 매체 롤링스톤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모키 로빈슨, 조앤 바에즈 등의 가수들과 함께 백악관에 초대된 밥 딜런이 어땠는지를 밝혔다.

"밥 딜런은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었다."

"보통 다른 가수들은 전부 공연 전에 연습을 한다. 그러나 밥 딜런은 리허설에 나타나지 않았다. 보통의 아티스트들은 우리 부부(미셸과 버락 오바마)와 사진을 찍지 못해 안달인데, 그는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 자리(사진을 찍는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는 공연장에 들어서서 'The Times They Are A-Changin'(그들이 변하던 시절,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노래)을 아름답게 연주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버전이었는데, 그가 그 노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새 편곡임에도 정말 훌륭했다. 그리곤 노래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 제일 앞 열에 앉아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악수를 하고 고개를 슬쩍 기울이고 나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짓더니 가버렸다. 그게 끝이었다. 그렇게 가버렸다. 내가 밥 딜런을 만난 건 (그때까지) 그 순간이 유일하다. 난 생각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밥 딜런이 아닌가! 그가 다가와서 막 웃고 미소 짓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일에 약간 회의적인 게 우리가 원하는 밥 딜런의 모습이고, 그래서 밥 딜런이 특별한 거니까."-롤링스톤(2013년 9월 10일)

그러나 한림원이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밥 딜런이 오바마에게 차갑게 대한 이유가 그를 싫어해서는 아니었다. 2008년 밥 딜런은 오바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으며, 심지어 오바마가 당선되었을 때는 공연에서 '이제 정말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그 사실을 관중들에게 공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2012년에 미국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지 않고 받았다. 그러니까, 모든 상을 다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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