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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못 읽던 늦깎이 작가들의 시가 여기 있다.

우리는 배우기 편하고 읽기 쉬운 한글 덕분에 문맹률이 낮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글을 읽는 것 뿐 아니라 이해하는 문해력의 영역으로 가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정부 차원에서 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범부처 협력 방안을 심의, 확정했다고 한다. 2014년 현재 18세 이상 성인인구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인구가 약 264만명, 읽고 쓸 수는 있지만 버스를 타거나 은행업무를 보는 것과 같이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성인도 약 248만명에 달한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층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늦깎이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한글을 익히고 글을 읽는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문맹이나 문해력이 뒤지는 것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글을 배우는 것을 뛰어넘어, 직접 시나 산문을 쓰는데 도전한 노인 학생들이 여기 87명 있다. 글 자체보다 열정과 끈기로 시와 산문을 지어낸 그 과정 자체를 떠올리며 읽으면 훨씬 몰입이 쉬울 것이다. (표기는 늦깎이 작가들이 쓴 그대로 따랐다. 모든 글은 책 ‘보고시픈 당신에게’(강광자 외 86명 저)에서 나왔다.)

1. 꿈(김정자, 78세)

“내 꿈은 가수

두 번째는 미용사

하나도 안 댓다

기양 엄마가 댓다

지금도 노래소리 더르면

가섬이 벌릉거린다.”

2. 걱정이 끝이 없다(이청자, 74세)

“젊어서는 자식 걱정

늙어서는 남편 걱정

지금은 어떻게 더 배울까

공부 걱정

내 인생은 무엇입니까

걱정은 끝이 없구나”

3. 나의 꿈(신현순, 75세)

“나의 꿈은 많았다

그렇지만 나의 꿈은 다 이루어졌다

우리 아들딸 오 남매 잘 커주어서 시집보내고 장가보내고

우리 아들딸이 다 잘 살고 있다

그것이 나의 소원, 꿈이었다

나의 꿈은 다 이루어졌다

나는 공부만 잘하면 된다

열심히 남부교육센터에 다니면서 공부 열심히 할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게 내 꿈이다

우리 아저씨가 조금만 더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만 가셨다

살았으면 내가 편지라도 했잖아”

4. 언니 마음(서말순, 72세)

“열한 살 때

언니는 밤마다 실그머니 나갔다

알고보니 마을 해관에 글 배우러 다니더라

나도 가고 시펐다

언니 나 좀 대꼬가라 하니

밤에는 늑대가 나온다며

언니는 나를 띠 놓고 갔다

언니 그때 나 좀 데꼬가지 하니

언니가 웃는다

지금이라도 글 배우니 질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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