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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순실의 성'에는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 원성윤
  • 입력 2016.10.21 06:31
  • 수정 2016.10.21 06:35
ⓒ한겨레

‘이런 데까지 손님들이 올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외진 곳.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에서 30㎞ 남짓 떨어진 마을 슈미텐에 14개의 객실을 갖춘 3성급 호텔 ‘비덱 타우누스’가 있다.

이 호텔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주인인 독일 현지 회사 ‘비덱스포츠’(Widec Sports)와 ‘더블루케이’(The BlueK)가 모두 같은 주소지로 올린 곳이다. 이 호텔은 지난 6월 비덱스포츠가 사들였다.

그러니 이 호텔의 주인은 최순실씨다. 가격은 15억~20억원 정도라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말이다. 호텔의 대표는 승마를 하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가르치는 독일인 코치 크리스티안 캄플라데다.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는 대기업이 수백억원을 모아 설립한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을 최순실씨 모녀를 위해 보내는 창구(페이퍼컴퍼니)란 의심을 사고 있다.

<한겨레> 기자가 19일 저녁 이 호텔에 찾아갔지만 최씨 관련자들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호텔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호텔 간판도 없었다. 정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 우체통에 호텔 이름이 조그맣게 써 있을 뿐이다. 비탈길에 있는 이 호텔의 객실들은 마을의 아래 풍경을 전망으로 삼고 있지만 실내등이 모두 꺼져 있었다. 국내에서 최씨와 그의 딸 정씨와 관련된 보도가 최근 잇따르면서 황급히 호텔을 폐쇄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 주변에 사는 한 독일인 할머니는 “이곳에서 한국 사람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젊은 여성도 봤다”고 했다. 그는 기자가 내민 최순실씨의 사진을 본 뒤 “이와 비슷한 중년의 여성도 보았다”고 했다. 이곳에서 본 한국인의 숫자에 대해선 어떤 주민은 “여러 명”으로, 또 다른 주민은 “3~4명”으로 기억했다.

최씨 관련자들이 모두 사라졌지만 호텔에는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창문 너머 불 꺼진 식당 안에는 중형 전기밥솥이 놓여 있었다. 한국에서 많이 쓰는 브랜드와 비슷한 모양의 밥솥이었다. 유일하게 문이 열려 있는 지하 창고에 남겨진 쓰레기봉투엔 사골만둣국 2인분을 끓일 수 있는 사골곰탕 봉투 2개, 김, 커피믹스 등 한국 음식 포장지들이 들어 있었다.

최씨를 돕던 직원들은 급히 이곳을 떠난 듯 보였다. 호텔 뒤편 뜰에 있는 재떨이에는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하지만 호텔을 비운 것은 최씨의 독일 회사의 소재지가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18일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마시고 버린 우유들에 적힌 유통기한은 공통적으로 10월17일까지였다.

지난 9월 말 최씨와 케이스포츠재단의 연관성이 <한겨레>를 시작으로 보도되고, 최씨 행방을 수소문하는 독일 현지 취재가 이어지면서 10월 중순 전후로 이 호텔을 비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곳이 최씨와 그의 딸 정씨, 한국에서 데려온 보모, 정씨를 돕는 8명 안팎의 지원인력들이 상주한 주요 거처인지는 불투명하다. 최씨 모녀의 거처 사정을 아는 한 동포는 “최씨 모녀의 거처지엔 딸이 타는 말, 딸이 아끼는 개 10여마리와 고양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말, 개, 고양이를 관리하는 직원이 각각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씨 모녀의 거처지로 거론되는 곳과 ‘비덱 타우누스’ 호텔의 주소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비덱 타우누스’ 호텔의 이웃 주민은 “이 호텔에서 말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덱 타우누스’ 호텔은 최씨 모녀를 돕는 한국인들이 사무실처럼 사용하고, 두 모녀는 또다른 장소에서 거주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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