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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 투석 환자는 죽여라'라고 쓴 일본 뉴스 캐스터의 해명

  • 박세회
  • 입력 2016.10.20 10:47
  • 수정 2016.10.20 11:51

지난 9월 중순 자신의 블로그에 '자업자득의 인공 투석 환자는 죽여라'라는 말로 물의를 빚고 해고당한 전 테레비 오사카의 뉴스 캐스터 하세가와 유타카가 허핑턴포스트 JP에 입을 열었다.

허프포스트 JP에 따르면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하세가와 유타카 씨는 9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자업자득의 인공 투석환자는 전원 실비 부담시켜라! 무리라고 운다면 그대로 죽여라! 지금의 시스템은 일본을 망칠 뿐이다!!'라는 제목의 글(항의 이후 제목 수정)에서 신장병을 앓고 있는 일본의 인공 투석 환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편집자 주 : 혈액 투석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시행되는 요법으로 인공 신장을 통해 신체 내의 노폐물과 과잉의 수분을 제거한다. 투석을 받은 당일에는 다른 일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삶의 질이 낮아지는데, 말기 신부전 환자의 경우 일주일에 이런 치료를 3회 정도 받아야 해서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허프포스트 JP에 따르면 이후 9월 23일 일본 신장병 협의회에서 '사회에 투석 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했다'며 '강한 분노를 느낀 걸 기억한다'는 내용의 항의문을 보낸 바 있다고 한다.

이에 테레비 오사카는 9월 29일 하세가와 씨를 2년 이상 출연 중이던 3개의 프로그램에서 해고하며 "보도 프로그램의 캐스터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0월 15일 허프포스트 JP는 청원 사이트인 'Change.org'를 통해 25,000명에게 하세가와 씨에 대한 항의의 서명을 모은 신장병 환자 노가미 하루카(가명, 41세)씨와 하세가와 유카타 씨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다.

노가미 씨는 일본에서 인공 투석을 건강보험으로 부담하는 정책이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노가미 : 과거에는 신장 질환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고, 나도 실제로 친구를 잃었다. 치료비에 대한 걱정으로 자살하고, 가족의 고통으로 가족들이 동반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나서 간신히 이 제도가 생긴 것이다. 그사이에 돌아가신 분들이 이 제도의 초석이다. 허프포스트 JP(10월 18일)

이에 대해 하세가와 씨는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폭언을 쓴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하세가와 : 일본의 의료비가 40조 엔(2015년 기준, 약 434조 원)이 넘고, 일 년 사이에 1.5조 엔(약 16조 원)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상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세가와 : 의료비 중에서 투석 의료로 지출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래서 취재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쓴 그 날은 병원에서 태도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났다. "누구 때문에 병원이 이렇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환자도 있었다. (중략) 여성 간호사의 엉덩이를 움켜잡고 껄껄 웃으며 서로 장난하는 환자도 있었다.

하세가와 : 50대와 60대분들이 많았는데 간호사들과 사무직원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그런 환자들에게)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본인의 평균 연봉보다 위인 5~6백만 엔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 분들도 구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그분들에게 할애하는 노력 때문에 다른 분들을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런 기분으로 집에 와서 블로그를 썼다. 허프포스트 JP(10월 18일)

하세가와 씨가 말하는 '자업자득'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듣지 않고 생활습관을 절제하지 않아 병이 진행된 환자를 말하며, 그는 이런 환자와 병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몬스터 환자'를 합친 것이 혈액 투석 환자의 1~2%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가미 씨는 '의료계에 물어본 결과 췌장 수술이 원인이 된 경우, 약으로 인해 해를 입은 경우 등 원인이 한 개가 아닌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사람에게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업자득 환자와 일반적인 투석 환자 사이에 '선 긋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세가와 씨의 발언은 일본에서 무척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는 지난 10월 1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부인과 아이들까지 비난과 협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혈액 투석 환자의 의료 지원은 어떤가?

한국에서는 취약계층인 '의료급여수급권자'에 대한 혈액 투석 지원이 미흡한 것이 문제다.

의료급여수급권자란 생계유지능력이 거의 없거나 최저 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등의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무료로 이들의 의료를 보장해주는 '의료급여' 대상으로 분류된 국민을 뜻한다.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보건복지부고시)에 따르면, 혈액투석은 1회 14만6,120원의 정액수가로 혈액투석과 관련된 진료행위는 일절 추가보상이 안된다. 의료 전문 매체 청년의사에 따르면 특히 최근 심평원이 ‘다른진료과목의 전문의’는 내과 세부전문과목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을 근거로 환수예정통보를 보낸 것이 문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예를 들어 투석 중인 환자가 급성복통과 설사 등으로 응급실을 갔고 소화기내과에서 검사한 결과, 급성결장염 진단을 받아 치료한 경우 '소화기 내과'는 내과 내의 다른 세부 진료과목이라 '다른 진료 과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이 경우 진료한 병원은 내과 세부항목에서 정액 수가를 초과해 진료한 항목을 뱉어내야 한다.

정액 수가가 낮은 것 역시 문제다. 청년의사에 따르면 진찰료, 혈액투석 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이 모두 포함된 의료급여 정액수가는 14만6,120원으로, 실제 진료에서 발생하는 병원비와 비교하면 약 75%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병원의 2015년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혈액투석 환자의 진료비를 행위별로 산출해 본 결과, 행위별 평균 진료비는 19만4,303원으로 정액수가보다 4만8,183원이 많았다. -청년의사(10월 20일)

혈액 투석환자의 경우 보통 일주일에 3회 많게는 한 달에 15회 투석을 받는다. 저소득층이 다수인 의료급여 적용환자가 혈액 투석을 받게 되면 한 달에 본인이 70여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청년의사에 따르면 이런 문제에 대해 심평원은 “규제적 성격의 급여기준 개선을 위해 현재 상시 검토 체계와 더불어 일제 정비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해당 인터뷰와 사진 촬영은 허프포스트 JP의 에디터 이즈타니 유리코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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