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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패배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며 마지막 토론이 끝났다

  • 강병진
  • 입력 2016.10.20 10:14
  • 수정 2016.10.20 10:20

신체 부위,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기가 이토록 많이 등장한 대선 선거 운동은 없었다. 마지막 토론이 라스 베이거스에서 열렸다는 건 적절했다.

45분 정도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한 세 번의 토론 중 가장 이성적이고 이슈를 위주로 한 토론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안타까웠다. 이제까지의 논의들 때문에 기대치는 상당히 낮았지만, 두 후보는 대법원, 낙태 정책, 통기 규제, 이민, 러시아, 경제 등에 대해 의미있는 토론을 했다.

상대 후보를 감옥에 넣는다든가 부부 생활의 어려움을 파헤치는 이야기는 없었다. 두 후보가 서로의 차이점을 꼼꼼하고 진지하게 보여 준 대화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자신이 패배할 경우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240년의 전통을 따르기를 거부할 거라고 말하자 토론은 걷잡을 수 없어졌다. “그건 소름끼친다.” 클린턴이 그에게 말했다. 그건 다른 어느 순간보다도 오싹한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더 온건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보름 가량 동안의 어떤 기회도 이로 인해 약해졌다.

클린턴은 가장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초반의 낙태 정책에 대한 클린턴의 답변은 토론 무대 사상 가장 훌륭한 생식권 자유 변호 연설이었다.

무대에서 클린턴의 모습은 토론 전반에는 기운이 없어 보였던 트럼프와 두드러진 대조를 보였다. 트럼프는 마치 미약했던 당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기라도 하는 듯했다.

이로 인해 아주 드문 모습, 즉 독설이 없는 토론이 잠시 펼쳐졌다. 그러나 이번 유세는 순탄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중반부에서는 친숙한 악의가 다시 돌아왔다. 성폭력 이야기, 선거 조작, 수치 주기가 펼쳐진 것이다.

토론이 진행됨에 따라 트럼프는 토론 퍼포먼스를 탈선하게 만들곤 하던 분노를 누를 수 없는 듯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끔찍한 여자”라고 불렀다. 한 번은 자신이 ‘어프렌티스’에서 했던 역할로 에미 상을 받아야 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여성을 더 존중하는 사람은 없다고 뽐냈을 때는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가 관객들의 웃음을 누그러뜨려야 했다.

트럼프의 선거 유세 전체를 가장 잘 보여준 순간은 월러스가 클린턴에게 빌 클린턴과의 관계 때문에 아이티 구호 작업 업체 선정에서 특정 업체가 정부의 계약을 따지 않았느냐고 정당한 의문을 제기했을 때였다. 클린턴은 클린턴 재단이 해왔던 좋은 일들을 열거하며 질문을 피했고, 월러스는 클린턴에게 압박을 가하려 했지만 트럼프가 끼어들었다. 시간을 빼앗으며 재단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돈을 받았다고 욕하고 클린턴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성질 때문에 클린턴이 불편한 질문을 피해갈 수 있게 했다. 그 대가로 트럼프가 얻은 것? 월러스는 트럼프 재단의 변호 불가능한 행동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클린턴 최악의 순간은 브라질 은행 강연에서 했던 “내 꿈은 개방된 무역과 국경을 가진 반구 시장 공동체다”라는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월러스는 그 강연료로 225,000달러를 받았음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끼어들어서 월러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 발언을 변호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웠을 것이다. 클린턴은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떻게 대중에게 알려졌는가 라며, 러시아가 그 정보를 얻어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고 정보 기관 17곳이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클린턴은 비판을 받았을 때 잘 대처하지 못했다. 즉각 활짝 미소를 지었는데, 마치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웃어넘기려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될 준비와 자격을 보여준 후보는 무대 위에서 한 명뿐이었고, 그게 누구였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클린턴의 정책 이해도, 문장들을 조합해 문단을 만들어서 일관성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은 트럼프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면에서는 토론은 어쩌면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다. 마지막 토론은 지난 16개월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대선이 끝난 뒤에도 얼마나 큰 상처가 남을지를 일깨워 주는 행사에 가까웠다.

 

허핑턴포스트US의 Final Debate Does Justice To An Absurd Campaign, Ends With Trump Refusing To Accept A Los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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