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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문재인의 대응이다

  • 김수빈
  • 입력 2016.10.19 11:40
  • 수정 2016.10.19 11:47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충북 괴산군 괴산농공단지 내 아이쿱 생협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충북 괴산군 괴산농공단지 내 아이쿱 생협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송민순 회고록'이 불러온 논란은 쉽게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이미 허프포스트는 왜 이 이슈가 당분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옭아맬 것인지를 다룬 바 있다.

북한·안보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라는 공통점에서 허프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언론은 이번 이슈를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후보로 뛰던 당시에 불거졌던 'NLL 대화록'에 비교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이번 이슈를 다루는 모습은 과연 5년 전의 사례에서 대체 무엇을 배웠나 의심케 한다. 14일 동아일보의 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하루가 지난 15일,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히려 노무현 정부에게 배워야 한다'는 내용의 글로 첫 대응을 했다. 메시지 자체는 좋게 평가할 수 있었지만 결국 "논지 이탈로 본질을 피하려는 궤변"(동아일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당시 논의에 직접 참여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가세하면서 진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진 상태였는데 이때 문 전 대표의 대응은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단'으로 답했다:

“그 질문은 안 하기로 했죠. 오늘 여기(일정)에 국한해 주세요.” 18일 충북 진천의 어린이집을 찾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쾌한 기색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끊었다. (중략) 그래도 질문이 또 나오자 “기억이 좋은 분들에게 들으세요”라고 차단했다. (중앙일보 10월 19일)

결국 조선일보의 준엄한 질타가 뒤따랐다:

문 전 대표가 이 중요한 문제를 피하고 도망 다니면 다닐수록 그의 대북·안보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도 그는 '기억력' 부족을 핑계로 이번 파문을 헤쳐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시간만 보내면 당선될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니 기자들에게 '이제 그만 물으라'고 하는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행태가 문 전 대표가 그토록 싫어한다는 이 정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 10월 19일)

한겨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는 크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당시 상황에 대해 좀더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길 뿐이다. 기억이 희미하다면 당시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해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몸담았던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태도임을 알기 바란다. (한겨레 10월 18일)

새누리당의 회고록 전면 공세에 비판적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사흘간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일구삼언(一口三言)이다"라며 쓴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자: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선경선에서 장인의 좌익전력이 논란이 되자. 노통은 "그럼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라는 말 한마디로 색깔론을 잠재우고 지지를 높여갔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송민순 회고록에 대해서도 저는 문 전대표가 노통의 설득과 소통의 직설화법으로 초기에 신속하게 단호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는게 정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 교수 페이스북, 10월 18일)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19일 한겨레 기고문에서 새누리당의 안보공세를 '극장안보'라고 비판하면서 '안보 현장의 경험'을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외교안보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는 일도양단식으로 딱 잘라서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목소리만 높이기는 쉽다. 남북관계의 모순은 압박과 함께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하게 원론에 기대기에는 남북 화해협력의 무게가 막중하다는 것이 바로 외교안보 현장의 논리이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천박한 색깔론만 방영하는 극장안보에는 자극적인 언사와 저질스런 몸짓밖에 없다. (한겨레 10월 19일)

문 전 대표가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을 했더라면 이 회고록 논란은 어떻게 진행이 됐을까? 이제는 당시 청와대 기록물을 열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실제로 열람한다 하더라도 민감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

그렇게 '송민순 회고록' 논란은 5년 전 'NLL 대화록' 논란과 꼭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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