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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려운 3가지 이유

예전처럼 겨울만 입시철이 아니다. 가을부터 본격적인 입시철이다. 특히 9월에는 수시 원서 접수가 진행된다. 학생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워낙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인하고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입시를 통해 인생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사실 자신의 삶의 전부인 듯싶은 선택이지만, 이후 삶에 있어서 수도 없이 많은 중요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최적의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꽤 괜찮은 선택을 했다 싶어도 나중에 보면 후회를 할 경우도 많다. 그것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민을 반복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어서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셈이다. 선택은 우리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가? 왜 이렇게 선택이 어려운 것일까? 혹시 온갖 것을 다 선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1. 감정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든 조절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선택이란 관념은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깊이 스며들었다. 다시 말해 마치 우리가 어떤 감정을 가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듯이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없애고자 애쓴다. ‘아마존닷컴’에서 ‘분노’로 검색을 해보면 이 주제를 다루는 서적만 해도 수만 권이 나온다. …. 그러나 선택이란 관념을 감정의 영역에 끌어들이면 불안감과 죄책감만 가중할 뿐이다. 아무리 이런 책들이 제시하는 기법들을 이용해 불안감을 처리하고자 한다 해도 결국에는 아마도 이 고통스러운 감정, 분노를 극복하지 못해서 우리 자신에게 분노하게 될 것이다.”(책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저)

우리는 선택에 대해서 언젠가부터 불안감을 느낀다. 내가 선택을 잘못하면 일이 꼬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조차 그렇게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감정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확실히 지나친 면이 있다. 그 정도 수준의 감정 조절력이면 거의 신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신선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우리 중 몇이나 될까? 내 감정을 선택할 수 없다고 절대 좌절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2. 인생 방향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감정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까지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인식은 방대한 자기 계발 산업에 기여해 왔다. 1972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에서는 자기 계발서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 기간에 33퍼센트에서 50퍼센트 가량의 미국인이 자기 계발서를 구입했다. 이 산업은 특히 20세기 말에 빠르게 성장했다. …. 마음을 컴퓨터, 곧 적절한 감정과 행동 양식들을 프로그램화하기만 하면 되는 기제로 묘사하는 책들도 있다. …. 다시 말해서 ‘자기 계발’은 그것이 완화한다고 하는 바로 그 부족감과 편집증을 강화한다. 자기 계발은 자급자족적인 시장이다. …. 삶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우리가 세운 목표들에 관한 한 자기 계발은 죄책감과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고 있다. …. 그리고 모든 것이 개인에게 달렸다면 우리는 치유 과정이 실패할 때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책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저)

이 책의 저자는 자기 계발서가 분명히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주위에서 간혹 자기 계발서를 읽고 삶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자기 계발(서)의 영역 역시 선택으로 인해 삶이 바뀔 수 있으니 부지런히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선택이 잘못 되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미도 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에도, 자기 계발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효과가 진짜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선택을 하라고 시킨 것은 확실해 보인다.

3. 나도 유명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진짜 자신의 선택인가?

“누구나 마음먹고 전념만 한다면 유명하고 화려한 삶을 성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버리고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쫓도록 만들었다. 예컨대 러시아의 테니스 선수 안나 쿠르니코바(Anna Kournikova)와 마리아 샤라포바(Maria Sharapove)가 굉장한 성공을 거둔 뒤로는 러시아 전역의 시골 마을에 테니스 코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 스포츠 업계나 연예계 마케팅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제약에 굴하지 않고 스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꿈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개인적 선택과는 동떨어져 있다. 첫째는 그 꿈이 선수가 아니라 선수 부모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 야망이 기성의 성공을 본보기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러시아의 어린 여성 테니스 선수들에게는 마리아 샤라포바의 성공이 그런 본보기가 될 것이다.” (책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저)

우리나라도 위의 사례와 비슷하다. LPGA에서 여자 골퍼들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 후에 어린 학생들이 골프계의 문을 두드렸다. 그 과정에서 유독 아버지들의 역할이 눈에 띄었다. 선수 본인들의 의지도 있었겠지만, 상당 부분 부모, 특히 아버지의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유명인을 롤 모델로 하며 부모의 판단에 의해 어떤 분야에 뛰어든다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일이다.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고, 타인의 영향력은 강력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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