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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멍청한' 시리를 보완하기 위해 머신러닝 전문가를 영입했다

  • 허완
  • 입력 2016.10.18 15:04
  • 수정 2016.10.18 15:08

애플이 '시리(Siri)'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줄 인재를 영입했다. '멍청하다'는 놀림을 받는 슬픈 운명(?)을 타고난 그 시리 말이다.

애플은 머신러닝 전공학자인 루스 살라쿠트디노프 카네기멜론대 교수를 AI(인공지능) 연구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머신러닝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영입은 당연히 애플의 음성인식 가상비서 '시리'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리코드의 저명 IT 저널리스트 월트 모스버그는 '시리는 왜 이렇게 멍청한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애플의 시리를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르타나,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과 비교하며 시리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시리는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답을 보여주는 대신, '웹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또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크레타'의 날씨를 물어보자 시리는 그리스 크레타 섬의 날씨 대신,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작은 마을 '크레타'의 날씨를 보여줬다. (이 오류들은 그가 애플에 제보한 이후 수정됐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심지어 시리는 기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나 일정 같은 정보도 불러오지 못했다.

예를 들어, 내 기기에는 애플 CEO 팀 쿡의 연락처가 있다. 시리에게 '팀 쿡이 누구냐'고 묻자 시리는 그의 인물 소개가 아니라 연락처를 보여줬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팀 쿡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는 삼성 갤럭시S7(폭발하지 않은 삼성 모델)에서 구글 나우는 이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는 위키피디아 엔트리를 보여줬다. (리코드 10월12일)

물론 애플이 놀고 있기만 했던 건 아니다. 애플은 지난 8월 호주의 AI·머신러닝 스타트업인 튜리(TURI)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AI 관련 기업들을 더 인수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 하는 애플의 정책 때문에 시리가 '멍청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애플이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시리에 활용되는 AI를 개발할 때 이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는 설명을 내놨다.

(중략)

FT는 애플이 AI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 아닌 '어떻게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은 대부분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처리할 때 클라우드에 의존하지만, 애플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부문 대표는 "딥러닝과 AI의 상당 부분은 아이폰과 맥 등 기기 내에서 이뤄진다"고 자랑했다.

이는 이들 서비스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의 개인데이터를 이용자가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6월15일)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AI 분야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없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없습니다. 뛰어난 인재들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AI를 이용할 수 있는 환상적인 방법을 알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형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라는 새로운 기술이 있는데, 이런 겁니다.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행동과 요청을 예측하면서도 특정 개인의 정보는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죠. 그건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워싱턴포스트 8월12일)

와이어드는 애플이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발표한 이 '차별형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 기술을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애플의 설명을 번역하자면, 차별형 프라이버시는 한 그룹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려 하면서도 동시에 그 그룹에 속해있는 한 개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적게 알아내려는 통계 과학이다. 차별형 프라이버시를 통해 애플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말하고,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내는 데 유용한 형태의 정보를 이용자들로부터 수집하고 보관한다. 그러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를 추출해내지는 못한다. 이론적으로는, 해커나 수사당국도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와이어드 6월13일)

(이 부분에 대한 더 쉬운 설명은 애플 한국어 홈페이지에서도 읽어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애플의 노력은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애플이 '백도어'를 내놓으라는 미국 수사당국의 요구에 맞섰던 사건은 충분히 평가 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늘 이용자들은 '트렌디하면서도 트래디셔널한 아름다움'을 요구하는 존재들이 아닌가? 애플이 약속한 것도 바로 그 '똑똑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줄 아는' 시리다.

모스버그는 "다가오는 AI 전쟁에서 애플의 효과적인 무기가 되기에는 시리의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고 불안정하다"고 적었다.

어쩌면 이제는 정말 시리가 '똑똑함'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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