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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성매매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 김도훈
  • 입력 2016.10.18 11:45
  • 수정 2016.10.18 11:47

서울 강남권에 집중됐던 ‘오피스텔 성매매’가 최근 마포·구로·강서 지역 주거지까지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10여년간 불법영업을 해온 한 성매매업소가 자진철거하는 모습.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이곳은 월세 100만원이 넘는 중상급 오피스텔이다. 강 건너 여의도 금융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산다. 최근까지 국회의원이 살기도 했다. 고급스러운 외양과는 달리 이곳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오피촌’(오피스텔 성매매) 중 하나다. 지난해 한달에 한두번꼴로 경찰 단속이 나왔다.

“올 초부터 경찰이 집중단속을 해서 그런지 그나마 요즘은 뜸한 편이에요. 지난해까지는 말도 못했어요.” 오피스텔 관리인 강아무개씨의 말이다. ‘오피족’들에 대처하는 건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성매매 업자와 종사자들은 일반 주민들과는 겉모습부터 다르다. 업자들은 여기저기 문신을 한 경우가 많고, 여성 종사자들은 착 달라붙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주민들은 드나들 때마다 관리인 강씨와 인사를 주고받지만, 이들은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없고 낯이 익을 만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통해 드나든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자들은 통상 한 오피스텔에 두세개 방을 임대해 돌려가며 사용한다. 1번 방에 고객이 다녀가면 다음 고객은 2번 방에서 받는 식이다. 경찰이 들이닥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신고를 받고 곧장 출동해도 종종 허탕을 치는 이유다. 출장 서비스도 나간다. 강씨는 “몸에 문신한 남성들이 승합차에 젊은 여성들 서너명을 태워서 나가요. 인근 술집이나 호텔로 출장을 가는 거죠. 오피스텔에 손님이 없다고 해서 놀게 둘 수는 없기 때문인가봐요”라고 말했다.

‘오피촌’ 주민은 괴롭다. ‘옆집에서 이상하게 문을 자주 두드려요. 자기들끼리 신호가 있나 봐요.’ ‘문신한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요.’ 강씨가 자주 접수하는 ‘민원’ 내용이다.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 서너명이 휴대폰을 보며 ‘선배는 5층, 선배는 7층에 내리세요’라고 말하는 걸 봤다. 초저녁부터 복도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는 민망한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

이 오피스텔에 살았던 한 입주민은 “신고를 해도 그때뿐이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단속에 걸린 이들은 침대만 놔두고 짐을 싸서 방을 빼버린다. 2년 전에는 칼부림 사건이 나기도 했다. 성구매 남성이 여성 종사자에게 변태적 요구를 하다 여성에게 허벅지를 찔린 것이다. 늦은 밤에 병원 구급차와 경찰차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강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특히 겨울에 성매매를 많이 하더라고요. 송년회 같은 술자리가 많으니까 그런가봐요. 이제 또 추워지니 걱정이죠. 여기 마포대로를 따라 들어선 오피스텔들은 사정이 다 비슷할 거예요.”

서울 강남의 번화가 중심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던 오피스텔 성매매가 서울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집계(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한 ‘서울 지역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단속 건수(입건 기준)는 2013년 352건에서 2014년 850건, 지난해에는 1306건으로 해마다 2~3배씩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월 말 현재 973건으로 지난해의 75% 수준에 달했다.(경기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이 전체 단속 건수의 72%를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 8월 말까지 오피스텔 단속 건수 상위 10위 안에 드는 행정구역을 보면,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이외의 지역이 6곳이나 된다. 구로구 구로동(51건·3위), 마포구 도화동(36건·5위), 강서구 마곡동(24건·7위), 강북구 수유동(21건·8위), 마포구 합정동(21건·8위), 강동구 길동(19건·10위) 등이다. 올 들어 단속 건수가 이미 지난해 전체 단속 건수를 넘어서는 등 증가 속도가 특히 빠른 곳들은 강서구 마곡동(9→17건), 마포구 공덕동(3→12건), 도봉구 창동(1→9건) 등이다. 최근 들어 기존 강남권 이외의 부도심에서 오피촌이 급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오피촌이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경찰에선 새로 개발되거나 확장돼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김동수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은 “강남권은 여전히 오피스텔 성매매가 절대적으로 많다. 최근에는 마포권과 강서권이 개발이 진행되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증가하는 추세다. 구로구 쪽은 구로디지털단지, 강서는 마곡지구 개발이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속을 나갈 때 1순위는 강남권이고 그다음으로 마포권과 강서권으로 인력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강서 지역은 오피스텔 공실률이 높다. 이런 상황은 오피스텔 성매매 업자들이 ‘창업’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단속에 걸리면 언제든 다른 오피스텔로 옮겨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은 보증금 없이 두세달가량 짧은 기간 월세를 한번에 내는 속칭 ‘깔세’가 성행한다. 월세 수준이 10만~20만원가량 높지만 보증금 목돈이 필요 없어 단속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업자들의 영업 방식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김 계장은 “일반인들이 인터넷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면 연결이 잘 안된다. 업자들은 주로 믿을 만한 단골을 중심으로 영업을 한다. 새 고객은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업자들의 고객 안내는 ‘007 작전’처럼 은밀하게 이뤄진다. 한번에 성매매 장소로 안내하지 않고 두세곳의 ‘정거장’을 거치도록 한다. 특정 지하철역 입구에서 보자고 한 뒤, 성구매자가 도착하면 다시 ‘××건물 뒤로 와라’ ‘거기서 ××편의점 앞으로 와라’라는 식이다. 단속 경찰이 따라붙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거동이 수상하거나 단속이 붙었다고 판단되면 연락은 두절된다. 오피스텔 주변에 도착하면 이른바 ‘문방’(영업실장)을 만나야 한다. 이들과 만나서도 ‘명함을 달라’ ‘가봤다는 업소 이름이 뭐냐’고 묻는 등 ‘마지막’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은밀한 성매매를 단속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자를 체포하고 피임 도구 등 증거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계장은 “오피스텔 주민들이 ‘옆집에서 여자 신음 소리가 너무 자주 들린다’ ‘이상한 사람들이 들락거린다’며 경찰에 신고해서 단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민들의 신고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공덕(동)에 오피스텔을 갖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내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적발했는데, 나를 포주로 입건하겠다고 한다. 세입자가 그런 거 같아서 세입자를 갈아치웠다.”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은 최근 정책적으로 건물주와 임대인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의율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성매매 장소를 내줘 처벌받은 건물주와 임대인은 6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이미 28명이 처벌받았다. 오피스텔 건물주와 임대인들은 대부분 “성매매를 할 목적으로 임차한 것인지 몰랐다”고 진술한다. 이 경우 건물주나 임대인에게 ‘성매매 업자를 퇴거시키지 않으면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처벌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다. 이후 또다시 단속에 걸리면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고도 장소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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