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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세대가 활발히 집을 사고 있다? |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해

해당 시기(2011~2015년)에 20대는 -11.1만 명, 30대는 -43.5만 명, 40대는 -6.6만 명 줄어든 데 비해 50대는 104.8만 명, 60대는 73.5만 명이나 늘어났다. 이렇게 50, 60대 인구가 크게 늘어났으니 그들 가운데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추가로 산 숫자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될 수밖에 없다. 기사에서 50, 60대의 아파트 구입 비중이 늘었다는 진단의 대부분이 이렇게 연령대별 인구수 증감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연령대별 인구 증감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아파트 구입자의 연령대 '비중 증가율'만을 보여주면서 5060인구가 알고 보니 집을 파는 게 아니라 집을 사는 수요더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해석 오류이거나, 의도적이었다면 사실 왜곡이다.

  • 선대인
  • 입력 2016.10.18 11:35
  • 수정 2017.10.19 14:12
ⓒ한겨레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빗나간 定說... 5060 주택구매 급증'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읽어보면 50, 60대가 노후 생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파트 등 부동산을 팔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노인층의 주택구매가 더 활발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면 솔깃할 만한 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는 한 마디로 말하면 엉터리 왜곡보도다. 우선 그 기사와 기사의 바탕이 되는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 이 기사에서 비교하는 해당 시기(2011~2015년)에 20대는 -11.1만 명, 30대는 -43.5만 명, 40대는 -6.6만 명 줄어든 데 비해 50대는 104.8만 명, 60대는 73.5만 명이나 늘어났다. 이렇게 50, 60대 인구가 크게 늘어났으니 그들 가운데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추가로 산 숫자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될 수밖에 없다. 기사에서 50, 60대의 아파트 구입 비중이 늘었다는 진단의 대부분이 이렇게 연령대별 인구수 증감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연령대별 인구 증감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아파트 구입자의 연령대 '비중 증가율'만을 보여주면서 5060인구가 알고 보니 집을 파는 게 아니라 집을 사는 수요더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해석 오류이거나, 의도적이었다면 사실 왜곡이다.

[그림5]

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30세 미만을 포함해 5세 연령대별로 부동산 평가액을 조사한 것은 2006년이 유일하여 2006년 자료를 사용했음. 이후 10세 단위 연령대 조사와 비교해볼 때 크게 다르지 않아 2006년의 조사 자료가 대체로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됨.

더구나 분석 대상으로 삼은 시기도 감안해야 한다. 2011~2015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볼 때 주택시장이 침체기에서 활황기로 변한 시기이다.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실수요가 많지만, 최근처럼 투기화되는 주택시장 상황에서는 기사에서도 언급하는 것처럼 주택 투자 또는 투기에 익숙한 50,60대 가운데 돈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주택을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어떤 시장상황에서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림5]에서 보는 것처럼 기존에도 50대 인구는 여전히 주택을 구매하는 연령대로 분류됐기에 50, 60대를 한꺼번에 묶어서 이들의 주택 매입 성향이 변한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의 주장이 맞으려면 50대는 제외한 상태에서 60대에서 주택을 판 사람들이 주택을 산 사람들을 초과하지 않았는지 함께 짚어야 한다. 그래야 60대가 전체로서 주택을 순매수하는 연령대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세밀히 따지자면 이 시기에 주택을 매수한 사람들이 주택 침체기 등 다른 시기에도 계속 같은 성향을 보일 것인지도 따져야 한다. 2015년과 같은 주택시장 활황기에는 모든 연령대의 주택 매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는 그런 측면은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왜곡된 주장을 했다.

더구나 역시 [그림5]에서 보는 것처럼 세대 전체로서 주택을 본격적으로 순매도하는 연령대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그런데 고령화라고 할 때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를 나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필자도 인구구조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변화를 설명할 때 생산가능인구와 65세 이상인 노인인구로 구분해 설명한다. 집을 사주는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집을 파는 노인인구는 가파르게 늘어 기존 주택의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주택시장에 상당히 지속적이면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수가 2.6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늘어 주택수요가 한 해에 14만호 늘었지만, 5년 후에는 10.6만 가구, 7~8년 후부터는 매년 15만호의 수요가 줄게 된다. 반면 고령인구는 기존 주택을 줄여가거나 팔아서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시기이므로 주택 수요자가 아니라 주택의 순공급자 역할을 한다. 매년 늘어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3분의 1만 집을 내놓는다고 해도 2020년대부터는 건설업체들의 신규 공급 물량에 더해 한 해에 5만호 이상의 기존 주택 매물이 주택시장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 매수매도 세력으로서 기준점이 되는 연령은 65세이지, 조선일보가 말하는 50대부터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고령화에 따라 향후 주택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는 (조선일보 표현 그대로) "정설"이 빗나갔다고 할 근거는 조선일보 보도내용에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쓰는 한국감정원 같은 곳도 문제이지만, 이런 보고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보도하는 언론들이 난무하니 사람들이 현재 주택시장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선대인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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