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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이 한국 '짝퉁' 문화를 제대로 비꼬다(사진)

  • 김태우
  • 입력 2016.10.18 11:19
  • 수정 2016.10.18 11:27

긴 소매와 미식축구 선수 같은 어깨선,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바지통은 모두 최근 젊은 패셔니스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프랑스 디자이너 레이블 베트멍(Vetements)의 시그니쳐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멍은 루이비통,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등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수장으로 있는 브랜드로, 2014년 가을 컬렉션을 시작으로 키아라 페라그니 등 여러 패셔니스타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드래곤 등 여러 셀럽이 평상시 입은 모습이 포착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결국 서울 근교에서 비밀리에 가라지 세일(garage sale)까지 열게 됐다. 베트멍이 지난 17일 매치스패션과 함께 남양주서 연 가라지 세일에는 전날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TODAY AT 2PM IN SEOUL @matchesfashion

VETEMENTS(@vetements_official)님이 게시한 사진님,

17일 2시부터 7시까지 짧은 시간 동안 열린 이 행사에서는 전 세계 최초의 '오피셜 페이크 캡슐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날 출시된 한정판 제품들은 사실 한국의 카피 문화(*소위 짝퉁으로 불리는 옷들을 일컫는다.)를 풍자한 것으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트멍의 카피 제품을 구매한 뒤 재해석해 재판매하는 컬렉션이다.

현재 길거리에 나가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 티셔츠의 정가는 34만 원이다. 이 제품이 길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이유는 2~3만 원대에 판매되는 '짝퉁'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VETEMENTS(@vetements_official)님이 게시한 사진님,

베트멍은 티셔츠뿐만 아니라 바머 재킷, 하이힐까지 거의 모든 제품이 카피되어 저가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를 알아챈 바잘리아는 한국의 이 문화를 캡슐 컬렉션을 통해 제대로 비꼰 셈이다.

매일경제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뎀나 바잘리아는 "한국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카피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인데, 베트멍의 제품을 신선하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베트멍의 카피제품을 응용한 새로운 캡슐 컬렉션을 만들기로"했다며 이날 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해석하자면, 한국의 카피 문화를 보고 '내 작품을 베낀 것을 다시 베껴 재판매하겠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수백 명의 베트멍 팬들이 모였고, 보그에 의하면 레인코트는 약 12분 만에, 빨간 후디 700여 벌은 1시간 만에 모두 품절됐다. (*한 명당 한 벌씩만 살 수 있는 규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vetements #베트멍

성현 이(@92kunza)님이 게시한 동영상님,

안타깝지만, 이날 판매된 캡슐 컬렉션도 조만간 카피 되어 저가에 출시될 것이고, '베낀 것을 베껴, 또 베끼는' 불상사가 벌어질 것이다. 이 컬렉션을 위트있다거나, 혹은 불쾌하다고 여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이런 카피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바잘리아가 '한국 한정 캡슐 컬렉션'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h/t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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