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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켜봅시다

우리는 정이라는 이름으로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정적인 청탁을 용인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어머니들이 보내주시는 작은 감사의 표현들도 아이들이 준비한 정성의 선물들 또한 대부분은 순수한 마음으로 출발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교사된 입장으로 솔직히 말하건대 표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대상에게 완벽히 냉정하게 공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여러 명이 한데 공부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교사의 관심이 한 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운다는 것, 주관적 평가 항목들에서 개인적인 정이 작용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겐 불공정한 피해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안승준
  • 입력 2016.10.21 11:25
  • 수정 2017.10.22 14:12
ⓒ연합뉴스

'부정 청탁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때문에 학교에는 관련한 공문들과 교육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교육 관련 가이드북만 200쪽이 넘을 만큼 내용도 많고 규칙도 복잡하지만 교사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의외로 매우 간단한 듯하다.

항목마다 3만원 5만원 10만원 등 한계금액을 두었지만 업무 관련성이나 성적 관련 청탁 가능성이 있는 관계에서는 1원도 주고 받을 수 없다는 게 주요내용이고 관련 위원회의 해석이기도 하다.

권익위의 해석도 스승의날 꽃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교육청의 지시사항도 간식은 물론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눠주는 것도 금지한다고 하니 실제로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과도 아무런 물적 교류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경우를 예외로 둔다고는 하지만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해석을 융통성으로 따르느니 원칙을 지키는 게 낫다는 게 현장의 생각인 것 같다.

시행한 지 겨우 한 달도 안 된 법인데도 여기저기서 다양한 모양으로 불만의 소리가 들려온다.

정이 없어진다느니 억울한 피해자만 나올 거라느니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느니 하는 것이 주된 내용들인 듯하다.

나부터도 당장 아이들에게 작은 초콜릿 하나 건네기도 주춤해지고 학생들이 감사하다며 건네는 음료수 한잔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이 법이 아직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불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법이 추구하는 큰 취지를 이루기 위해 작은 불편함 정도는 견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정이라는 이름으로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정적인 청탁을 용인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어머니들이 보내주시는 작은 감사의 표현들도 아이들이 준비한 정성의 선물들 또한 대부분은 순수한 마음으로 출발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교사된 입장으로 솔직히 말하건대 표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대상에게 완벽히 냉정하게 공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본능적인 감정이 최소한의 보답을 향하곤 했던 것 같다.

여러 명이 한데 공부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교사의 관심이 한 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운다는 것, 주관적 평가 항목들에서 개인적인 정이 작용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겐 불공정한 피해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작은 감사의 표현이나 인사가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곤 했다.

그러나 떡을 돌리고 선물을 준비하는 것만이 그런 표현방법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감사와 선물이 동일시되고 예의와 물질이 동등하게 여겨지는 작은 관념의 교육들이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부정청탁에 무감각해지는 출발점을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는 부정하고 어디부터는 인지상정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법률의 숫자로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액수가 좀 더 커지더라도 적용의 모양이 변하더라도 그 불만은 다른 모양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불편하고 어색하고 이상하기까지하다.

그렇지만 정말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전체가 한 번 뒤집히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안을 대청소할 때 많이 불편하더라도 가구도 들어내고 구석구석 짐들도 다시 정리해야 완벽해지는 것처럼 제대로 바꾸려면 조금은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깨어지고 억울한 일도 생겨나겠지만 깨끗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여기고 조금씩 견뎌주었으면 좋겠다.

법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취지만큼은 대부분 동감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겨우 한 달이 돼간다. 얼마든지 바뀌고 고쳐나갈 시간도 주어지리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하나씩 양보하면서 건의하면서 함께 바꿔 나가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대표기관인 입법부가 누군가의 불만처럼 밥 굶는 아이들 자장면 한 그릇 사주는 것 처벌하려고 이런 법을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또한 삐뚤어진 맘으로 사탕 한 봉지로 신고하고 사법부 또한 그것으로 처벌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불만을 위한 불만을 하기보다는 조금 차분하게 응원하고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

지금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공정한 사회 깨끗한 질서를 위해 잠깐 아파하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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