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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회고록'이 앞으로도 문재인을 계속 옭아맬 3가지 이유

  • 김수빈
  • 입력 2016.10.17 12:16
  • 수정 2016.10.18 05:56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이익공유 시행기업 '디와이'를 방문, 건물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이익공유 시행기업 '디와이'를 방문, 건물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선두에 있으면 견제를 많이 받기 마련이다. 야권 대선 후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의외의 지점에서 복병을 만났다.

허프포스트가 지난 14일 소개했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으로 촉발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 때문이다. 허프포스트의 우려대로 결국 이 이슈는 문재인 캠프에 큰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를 두고 '북한과 내통 모의했다'고 비난하면서 이 사안에 대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했고, 청와대는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이에 가세했다.

이 이슈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꽤 오랫동안 '후보' 문재인을 괴롭힐 것이다.

1. 여전히 치명적인 '종북' 논란 재점화

첫째로 대북 유화책을 주장하는 진보 계열 정치인에게 여전히 치명적인 '종북' 논란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이미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도 노무현 정부의 '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미 한 번 입증된 약점을 다시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새누리당이 그냥 보낼 리 없다. 이미 '태스크포스'는 '위원회'로 격상되기까지 했다.

2. 진상 규명이 쉽지 않아 계속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둘째로 진상 규명이 쉽지 않다. 당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일제히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각자의 '개인적' 기억에 의존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 전 장관은 "이미 16일(2007년 11월) 대통령 관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송 장관과 저하고 아주 토론을 격하게 했다"면서 "그때 토론 끝에 대통령께서 '이번 상황에서는 통일부 장관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 이것으로 결론을 냅시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결정 난 얘기를 왜 북한에다 물어보고 확인을 하느냐"면서 당시 16일에 이어 18일 회의가 다시 열린 이유에 대해서도 송 전 장관이 승복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0월 17일)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6일 "문 전 대표는 초기에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이었다"며 2007년 11월 18일 (문제의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는 발언이 나온) 회의 전에 이미 기권을 결정했고 18일 회의에서는 이 결정 사항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전 장관 또한 "모든 건 책에 있는 그대로다. 내가 여기에 더 덧붙일 말이 없다"면서 자신의 회고록 내용이 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하는 측에서는 얼마든지 공세를 계속할 수 있다. 유일하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당시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인데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 이 회의록은 국회의 의결 없이는 공식적으로 열람이 불가능하다. 2012년 대선 당시처럼 '모종'의 경로를 통해 당시 회의록 내용을 누설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공세는 가능하다.

3. 문재인 측은 논란을 방치하고 있다

셋째로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문제가 불거진 이튿날인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 일간지의 반응은 냉랭하다:

노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라는 중대 인권 문제에 대해 가해자인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인데 뜬금없이 청와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거론한 것이다. 논지(論旨) 이탈로 본질을 피하려는 궤변이다. (동아일보 10월 17일)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본인이 북한 인권결의안 논의에 어떤 입장이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당시) 나는 의견을 말하기보다 주로 들었던 것 같다"며 "다수 의견이 기권으로 기울어지면서 기권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의원도 16일 "문 전 대표는 당시 본인이 (인권결의안에 대해) 찬성 입장이었는지 기억을 못 하더라"고 했다. 이 때문에 본인이 아닌 김 의원을 통해 반박 회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0월 17일)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처음에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기권을 택하였는가'라는 이슈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하는 대신 토론과 협의를 통해 대북 정책을 결정했다는 노무현 정부의 미덕을 강조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러나 이 사안의 특성상 그런 식으로 진화가 될 리 만무했다. 2012년 NLL 논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문 전 대표는 17일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 모르겠다"라고 답하는 최악의 수를 두고 말았다. 물론 거의 10년 가까이 된 일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문제가 불거진 지 사흘 만에 겨우 내놓는 대답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면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는 문 전 대표가 정면 돌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이 되어버렸다. 새누리당이 '제2의 NLL 공작'을 했던 것으로 결론이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는 문 전 대표가 대선에서 두 번째 고배를 마신 뒤가 될 것이다.

- 업데이트: 문재인 전 대표의 17일 발언 내용을 추가함 (10월 18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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