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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추밭' 그룹 운영자는 "소중이가 서버렸어요" 발언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Shutterstock / Pakhnyushcha

고려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성희롱 사건'의 징계 수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내에서 페이스북 성희롱 사건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페이스북 성희롱 사건은 이 학교 한 학과 학생 30여명이 '고추밭'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동료 여학생을 성적 대상화하면서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음란물을 공유한 사건이다.

17일 고려대에 따르면 '고추밭' 그룹의 운영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이달 7일 학내에 대자보를 붙여 '고추밭' 그룹에서 성폭력으로 규정되는 발언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시물 가운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여성 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그것만으로 우리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피해자대책위원회(피대위)를 비판했다.

이어 게시물 중 학내 여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게시물은 7개뿐이었다며 해당 발언을 공개했다.

공개한 발언은 'X반에는 괜찮은 애들이 좀 많은데 X반에는 애들이 너무 노답이라 너무 재미가 없어요. X반 꼬추들 파이팅', '왜 이렇게 XX과 여자애들은 안 설레죠?', '여자 선배와 밥약속 후 걸어가다가 소중이가 서버렸어요', '학우 여러분 우리 모두 XX(학번) 탑쓰리 뽑아봐요', 'XXX 내꺼다. 건드리지 마라', 'XXX 제꺼에요. 건드리면 사망인 거 아시죠?', '사실 XXX 학우를 좋아합니다' 등이다.

그는 이들 발언이 일상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언이고 성폭력 가해행위로 규정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려대 학생들은 운영자의 발언을 '후안무치'라고 평가하며 "이런 언행들이 성폭력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성폭력인가"라고 반박했다.

특정인을 상대로 직접 성적 발언을 한 것 외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 등도 성폭력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잘못을 저지른 이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면서 충분히 뉘우쳤다고 거짓말을 한다"고도 비판했다.

한 학생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사적인 자리에서 했던 성적 발언으로 최근 곤욕을 치르는 데 빗대 '사적 자리에서 한 농담을 성폭력으로 호도 말라-트럼프에 대한 인권유린을 멈춰달라'는 제목의 이른바 '미러링'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15일 피대위와 피신고인(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공식입장이 게시되고서야 잦아드는 분위기다.

피대위는 "여학우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게시물이 공개되면서 피해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대위를 매도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표현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피신고인들은 "(운영자를 제외한) 피신고인 대부분은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각자 한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며 "대자보는 그룹 운영자 등의 개인 의견일 뿐 피신고인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고추밭' 사건의 피대위와 피신고인들은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주관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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