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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엉망이 됐던 광안리 해변을 청소한 외국인 모녀를 만났다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가운데)씨와 두 딸 피오나(11·오른쪽)·스텔라(5·왼쪽) 양이 활짝 웃고 있다.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가운데)씨와 두 딸 피오나(11·오른쪽)·스텔라(5·왼쪽) 양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광안리해수욕장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어 아주 기뻐요."

이달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에 상륙해 광안리해수욕장 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간 지 열흘이 지났다.

15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만난 '외국인 모녀'는 쓰레기가 사라진 백사장을 걸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외국인 모녀는 부산 수영구에 사는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 씨와 두 딸 피오나(11)·스텔라(5) 양이다.

이들은 태풍 차바 이후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중에 한 시민의 카메라에 찍혔고, 이 사진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루퍼트 씨는 "미국인 친구를 통해 우리 가족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인 루퍼트 씨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의 초등반 교사다. 2009년 8월 부산에 정착해 올해 7월에 수영구로 이사를 왔는데, 태풍 피해를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광안리 앞바다에는 만조로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는 데다 태풍의 북상으로 해일이 발생, 오전 9시를 전후로 해안가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겼다. 루퍼트 씨는 "아침부터 비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쳐 너무 놀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모녀는 태풍 당일 아파트 앞을 지나는 도로까지 물에 잠겨 집에서 꼼짝 못 하다가 오후에 해가 뜨고 나서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았다.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오른쪽부터)씨와 두 딸 스텔라(5)·피오나(11) 양이 웃으며 걷고 있다.

평소 광안리해수욕장을 놀이터로 여겼던 두 딸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찬 백사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큰딸 피오나 양은 "엄마, 우리 동네 해수욕장이 태풍 때문에 엉망이 됐어요. 우리가 쓰레기를 치워야 해요"라고 제안했다. 모녀는 집 근처 철물점에서 갈퀴를 사고, 고무장갑과 장화 등으로 무장하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작은딸 스텔라 양은 평소 백사장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 중 플라스틱 삽과 바구니 등을 챙겼다.

백사장과 주변 해안도로에는 몇백 명의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 등이 복구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녀는 집에서 가까운 백사장 동쪽 끝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피오나 양은 "학교 수업시간에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다"며 "광안리해수욕장은 우리 동네니까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모녀와 함께 백사장의 쓰레기를 치우며 태풍의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되는 데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모녀의 쓰레기 수거 작업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가 넘어 끝났다. 4시간 동안 모녀가 공을 들인 백사장은 제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루퍼트 씨는 "아이들과 함께 태풍의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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