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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5시간 초과근무한 광고회사 신입사원의 자살이 일본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Residential and commercial buildings are pictured in Tokyo, Japan, August 16, 2016. Picture taken on August 16, 2016.  REUTERS/Kim Kyung-Hoon
Residential and commercial buildings are pictured in Tokyo, Japan, August 16, 2016. Picture taken on August 16, 2016. REUTERS/Kim Kyung-Hoon ⓒKim Kyung Hoon / Reuters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電通)의 신입사원이 월 105시간에 달하는 초과근무를 한 끝에 자살해 일본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국은 덴쓰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장시간 근로 관행을 타파하겠다며 일하는 방식 개혁에 착수한 가운데 덴쓰에 대한 비판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명문 도쿄대를 졸업하고 작년에 덴쓰에 입사한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여·사망 당시 만 24세) 씨는 같은 해 12월 25일 도쿄에 있는 사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광고 업무를 담당하던 다카하시 씨는 목숨을 끊기 전 격무에 시달렸다.

덴쓰 본사를 관할하는 미타(三田)노동기준감독서의 조사 결과 다카하시 씨는 작년 10월 9일∼11월 7일 약 105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인정됐다.

고인은 특히 작년 10월 25일 오후 7시 27분(본사 출입 기록 기준, 이하 동일) 회사에 왔다가 다음날 오전 6시 5분 퇴근했으나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그는 26일 오전 6시 5분부터 27일 오후 2시 44분까지 본사에 머물다 밖으로 나갔고 17분 후 다시 본사에 들어갔다가 28일 0시 42분에 퇴근했다. 중간에 17분가량 나간 것을 제외하면 거의 53시간 연속 본사에 붙잡혀 있었던 셈이다.

노동기준감독서는 다카하시 씨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라는 판단을 최근 내놓았다.

그는 작년 11월 초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SNS에 반복해 토로했다.

다카하시 씨는 "토·일요일도 일하지 않을 수 없도록 또 결정돼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자고 싶은 것 외에는 감정을 잃어버렸다", "휴일을 반납하고 만든 자료가 형편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미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미 (오전) 4시다. 몸이 떨린다. 죽어야겠다. 더는 무리인 것 같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유족 측은 다카하시 씨가 상사로부터 "머리가 부스스하고 눈이 충혈된 상태로 출근하지 말라", "여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힘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 등 지위를 이용한 부당 대우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목숨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며 장시간 노동 관행으로 희생되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에 있는 덴쓰 본사의 15일 모습.

이런 가운데 도쿄노동국과 미타노동기준감독서는 14일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도쿄에 있는 덴쓰 본사에 당국자 8명을 파견해 조사에 착수했다. 오사카(大阪)시, 교토(京都)시 나고야(名古屋)시에 있는 덴쓰 지사 3곳에 대해서도 현지 노동국도 조사를 시작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동시에 본사와 지사를 일제히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덴쓰가 불법 장시간 노동을 관행적으로 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노동 시간의 상한으로 정하되 노사 협정에 따라 노동기준감독서에 신고하면 상한을 넘을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덴쓰가 신고한 초과근무시간은 한 달에 50시간이다.

다카하시 씨가 이를 훨씬 뛰어넘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덴쓰가 불법을 관행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덴쓰 사원들은 "나도 당연한 것처럼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 과로사가 두 번째이므로 노동기준감독서가 조사하러 오는 것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3개월 동안 초과근무가 월 100시간을 넘었다. 노동기준감독서가 들어와서 회사가 바뀌면 좋겠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덴쓰에서는 1991년에도 과로에 시달리던 사원이 자살했음에도 장시간 근로관행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겸 헌법재판소)는 과거 자살 사건에 대해 '회사는 피로와 심리적 부담이 과도하게 쌓여 종업원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다'며 덴쓰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2000년 확정한 바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일하는 방식 개혁 추진까지 맞물려 덴쓰는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제재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권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 일과 가정생활의 병행, 일손 부족 해소 등을 위해 일하는 방식 개혁을 중요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다.

특히 장시간 근로 관행을 타파하는 것을 중시해 주요 관공서가 정시 퇴근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13일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회의에서 "덴쓰 사원이 과로사, 즉 일을 너무 많이 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을 확실히 추진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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