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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읽으면 김무성이 자신의 대권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 김수빈
  • 입력 2016.10.13 11:29
  • 수정 2016.10.13 11:32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9월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 제2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9월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 제2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잊혀진 그 이름.

지난 4월 총선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말 한 마디 발자국 하나가 모두 뉴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기사에 쓰기 위해 김 전 대표의 사진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연합뉴스 사진 라이브러리에 있는 김 전 대표의 가장 최근 사진은 10월 7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내려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정도.

3월 말, 당 공천위의 '진박 후보 추천'에 대항하여 '옥새투쟁'을 선언하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간 사건은 새누리당 대표로서, 그리고 유력 대선 주자로서 그의 정치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허프포스트가 그에게 화보를 헌정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 굴복하여 '비박계 수장'으로서 전투력 부족을 입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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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무성은 한때 1위였으나 지금은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숙명"이라고 말한다.

"...내가 여당 대표를 지냈고, 대통령과 정권은 점점 국민들로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안 질 수가 있겠나.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10월 13일)

현재 차기 대권 주자 중 단연 앞서고 있는 이는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 총장은 아직 대권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으레 친박 세력의 '픽미업'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박계 김 전 대표가 이런 반 총장을 그냥 두고 넘어갈 리 없다:

"친박이 반기문 총장을 모셔오려는 움직임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자연히 이쪽(기존 새누리당 예비 대선 주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중략) 반 총장은 정치에 들어온다면 새누리당 성향이 맞다. 하지만 영입이나 추대는 아니다. 새누리당에 출마 선언을 하고 정해진 룰에 따라 당당하게 하면 된다. 한때 '안철수 현상'도 검증을 거치며 (지지세가) 꺼졌다. 지금 '반기문 현상'도 짧은 시간이지만 검증을 거쳐야 한다." (조선일보 10월 13일)

김 전 대표는 "보수 세력과 중도층 이탈이 많아"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쉽지 않으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친문·친박의 패권주의를 배격하고 '연대'의 틀을 갖춰놓아야 한다고 김 전 대표는 주장했다.

개헌은 바로 이러한 '연대'를 위한 수단이다. 김 전 대표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확히 어떠한 형태로의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의 발언에서 김 전 대표가 마음에 두고 있는 개헌 방안을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다:

"대통령이 (개헌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께서 '권력을 분산시켜 패자도 국정에 참여하게 해서 협치와 연정을 할 수 있는 개헌으로 정치 개혁하자'고 제안해달라고 이 자리를 빌려 공식적으로 요청드린다." (조선일보 10월 13일)

이는 분명 중임제가 아닌 내각제 또는 분권형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의미한다.

김무성 전 대표가 내각/분권제를 말한다는 것은 또다른 시사점을 갖는다. 각 대선 후보들의 중임제와 내각/분권제의 선호도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현재 선두 그룹에 있는 문재인, 안철수 등의 주자는 중임제를 선호하는 반면 군소주자들은 내각/분권제를 선호한다는 것.

정치공학적으로 살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은 대통령의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이고 '내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라고 생각하는 쪽은 권력을 좀 더 나눠먹는 쪽인 내각/분권제를 선호하는 것. 김무성 전 대표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여기서 어느 정도 드러난다.

'연대'를 강조하는 김무성 전 대표의 이번 조선일보 인터뷰는 김종인 의원의 '야권발 개헌론' 행보와도 겹친다. 지난 10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종인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도 접촉하면서 개헌 주도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 새로운 '제3지대'가 어떻게 발전하게 될 것인가가 2017년 대선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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