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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살결이 야들야들해 보이는 선수 = 성차별 중계 아니다" 결론 내린 과정

2016 Rio Olympics - Opening ceremony - Maracana - Rio de Janeiro, Brazil - 05/08/2016. Flagbearer Gu Bongil (KOR) of South Korea arrives for the opening ceremony.  REUTERS/Kai Pfaffenbach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2016 Rio Olympics - Opening ceremony - Maracana - Rio de Janeiro, Brazil - 05/08/2016. Flagbearer Gu Bongil (KOR) of South Korea arrives for the opening ceremony. REUTERS/Kai Pfaffenbach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Kai Pfaffenbach / Reuters

* 위 이미지는 자료 사진입니다.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수많은 '성차별' 중계 발언이 쏟아졌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려울 지경인데, 그중 대표적으로

"보기에는 야들야들해 보이는데 상당히 억세게 경기를 치르는 선수"(SBS 김정일 캐스터가 유도 여자 8강 경기 중계에서 몽골 선수를 소개하며 한 발언)

"해변은 미녀랑 가야 한다"(KBS 한상헌 아나운서가 비치발리볼 경기를 중계하며 한 발언)

가 있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위를 포함해 중계 관련 발언 7건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했는데, 지난 8월 31일

'성차별 발언이 아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결론 내린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방통심의위는 도대체 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이날 회의록을 자세히 뜯어보면,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선정성·폭력성' 등을 심의한다는 위원들에게서 젠더 감수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허프포스트는 8월 31일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의 해당 부분을 발췌했다. 참석한 위원은 김성묵(전 KBS 부사장), 장낙인(전 전북대 초빙교수), 함귀용(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하남신(전 SBS 논설실장), 윤훈열(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등 5명이다.

1. '해변은 미녀랑 가야 한다' 등

하남신 위원 (전 SBS 보도본부 논설실장)

"저는 이것을 올림픽 기간 중에 생방송으로 봤습니다. 그때 속된 말로 '좀 튀네' 이런 정도 느낌은 받았어요. 그러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있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함귀용 위원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해운대에 미녀가 많다는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 아닙니까?"

"해변은 미녀와 같이, 미녀라는 표현을 '여자친구와 같이 가는 것이 좋다'는 맥락으로 보면 심의규정의 양성평등 조항을 적용하여야 할 수준인지, '남자하고는 삼겹살 먹고 해변은 여자하고 같이 걷는 것' 정도의 표현으로 볼 것이냐..."

위쪽 (김성묵, 윤훈열, 장낙인 위원)

아래쪽 (하남신, 함귀용)

2. 살결이 야들야들해 보이는데 상당히 억세게 경기를 치르는 선수다

김성묵 위원 (방통심의위 부위원장, 전 KBS 부사장)

"그것이 문제가 되나요?"

"글쎄..."

하남신 위원 (전 SBS 보도본부 논설실장)

"좀 가볍다는 느낌이에요."

"해설내용은 어느 정도 방송사의 재량인 점을 감안해서 (결론을) '문제없음'으로 하면 어떨까요?"

* 이런 과정을 통해 성차별이 명백해 보이는 중계 발언들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양성평등'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소위원회에 앞서 '자문기구'인 특위에서도 위원 5명 가운데 3명은

△ (중계가) 스포츠 프로그램의 장르적 특성상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 볼 수 있는 점

△ 전후 맥락과 표현수위 등을 고려할 때 성차별적 의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인지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문제 삼기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공적 매체로서의 책임을 고려할 때 방송제작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단 2명에 불과했다.

한편, '무슨 미인대회 출전한 것처럼 계속 미소 띠고 있는 최인정 선수' '여성 선수사 저렇게 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걸 보니 인상적' '박인비 선수가 징징거리는 거 남편이 받아줬을 것' 등 4건의 발언은 현재 방통심의위가 '검토' 중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양성평등)

① 방송은 양성을 균형있고 평등하게 묘사하여야 하며,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방송은 특정 성(性)을 부정적,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하여서는 아니된다.

③방송은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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