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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페미니스트들은 검은 옷을 입고 "내 자궁은 나의 것"이라고 말한다(사진)

한국은 안 그래도 여성의 '낙태'가 불법인 나라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합법'에 해당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배우자의 동의'까지 받아야 수술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낙태'를 아예 '의료인의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시 '자격정지 최대 1년'으로 행정처분을 강화한

정부 시행안이 입법 예고되자,

20대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 '강남역 10번출구', '페미당당'은 오늘 오전 서울종합청사 앞에 모여 "여성의 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이 "내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며 주장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의사들이 정부와 의사 자격정지 여부를 두고 낙태를 볼모로 ‘파워게임’을 벌이는 행태 속에서 그 누구도 정작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는 산부인과의사회가 정부를 상대로 여성의 몸을 인질로 삼아 인질극을 벌이는 것과 같다.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사유 외의 낙태는 불법으로 규정당하며, 소위 ‘불법’낙태에서 불법으로 규정되는 대상 또한 여성이다. 임신은 여성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낙태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여성에게 지워지는 것이다. 이 사이에 여성이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서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여성은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임신과 출산을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기에 그렇다. 더 이상 여성은 아이를 낳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존재로서 고려되어야 한다.(전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아래는 한국여성의전화가 11일 발표한 성명 전문

[비도덕? 수술전면 중단? 같잖고 또 같잖다]

“우리의 자궁은 빼앗겼어요. 저들의 이익, 즐거움에 이용됐죠. 우리는 다른 삶을 원합니다“

“낙태! 피임! 자유를 허하라! 우리는 인형이 아니다! 시위하라, 여성들이여!”

-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 <테레즈의 삶> 중

가부장적·성차별적 사회에서 여성은 ‘몸’으로 대상화/물화되고, 그 ‘몸’은 ‘자궁’으로 환원되기 일쑤다. 그리고 그 ‘몸=자궁’마저도 여성의 것이 아니게 된다. “꽉 끼는 옷을 입지 마라”, “아랫배를 따뜻하게”, “몸 간수 잘하라” 등등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며, 어릴 때부터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 만들기에 힘쓰며 ‘정상가정’을 이룰 ‘자격’을 갖출 것을 명령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는 사회적 낙인과 규제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가 ‘낙태’이다.

한국사회에서 인공임신중절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법이다.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라고 못 박은 이 나라에서 ‘낙태’를 한 여성도, 시술한 의료인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모자보건법상 허용된 유전성·전염성 질환 등 보건의학적 사유나 성폭력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불법이며, 합법적 사유에 해당되더라도 임신 24주 이내에, 그리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남성)배우자의 동의’란 게 필요하다.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는 하나, ‘불법’이기에 언제고 생명윤리니, 저출산 인구정책이니 등등의 논리나 이해관계에 의해 되살아난다. 그러나 이 되살아난 법령이 자리를 트는 곳은 종교인의 몸, 의료인의 몸, 행정가의 몸, 정치가의 몸이 아닌 바로 여성의 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처분유형을 세분화하고 자격정지를 최대 1년으로 행정처분을 강화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수술(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위반)을 한 경우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낙태’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반발에 나섰다.

정부는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불법’은 물론이고, ‘비도덕적’이라는 꼬리말까지 달았고, 의료인들은 이유 불문 인공임신중절수술 파업에 나서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2010년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불법‘낙태’시술병원을 고발하면서 여성들의 임신출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던 사태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정책과 의료인들의 대응, 그 어디에도 여성의 몸, 여성의 권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임신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과 접근권, 통제권은 철저히 제한·박탈당하고 있다.

불법과 비도덕으로 낙인찍는 자들, 여성의 몸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자들, 누가 더 불법이고 누가 더 비도덕적인가.

합법적이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여성의 재생산권리의 하나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의 문제이다. 국가의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정책은 ‘낙태’ 합법화와 함께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통해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인공임신중절에 이르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도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탄압과 통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주인 없는 불법과 비도덕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입법예고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시민으로서 의견을 내고 싶다면 11월 2일까지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면 된다. 구체적인 사항은 여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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