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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에 '9,473명 블랙리스트' 있다"는 놀라운 증언과 자료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청와대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 9,473명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다는 증언과 자료가 공개됐다.

12일 한국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문화정책에 밝은 한 예술계 인사는 "지난해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면서 "실제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거니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전했다.

이 인사가 찍었다는 '블랙리스트' 문서 표지는 여기로 들어가면 볼 수 있으며, 100페이지 분량을 넘어가는 해당 문서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9,473명의 구체적인 명단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1.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5년 5월 1일)

2.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2014년 6월)

3.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1608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4.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지난 대선 당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정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식 회의록에서도 확인된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2015년 5월 29일 회의에서 권영빈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 예술위원들이 추천해서 책임심의위원들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분들에 대한 신상파악 등을 해서 '된다,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곤욕을 겪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심의상의 문제..참 말씀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

어떤 작가에 대해서 집요하게 포기를 종용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재심사해 달라 하고 발표를 두 달씩 미루고. 그러다가 안 된다고 하니까 문예위 직원들이 직접 작가를 만나서 포기를 종용하고 그러고는 포기서를 자기들이 컴퓨터에 들어가서 자기네가 제출해서 나중에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요. 왜 이렇게 집요하게 이런 식으로 운영할까라고 봤더니 어떤 기관에서 된다, 안 된다라고 하는 명단이 있고 그 명단, 리스트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불이익을 주고.

어떤 기관이냐고 물어보니까 제대로 답변을 안 하는데 어떤 문건에 보면 청와대 라고.(11일 도종환 의원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한 발언)

그동안 소문이 파다했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공개되자 문화예술계는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아래는 몇몇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한국일보에 전한 심경.

박근형 연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비판하는 작품 '개구리'를 무대에 돌렸다가 공모전 참여 포기를 요구받았음) - "워낙 어처구니없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예상은 했다"

홍성담 작가 (2014년 광주 비엔날레 당시 '세월오월' 작품이 전시되지 못함) - "창조경제를 그렇게 하고 싶으면 관용부터 배우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연극계 다른 관계자 "솔직히 현 정부가 그런 성향이기 때문에 '그럼 그렇지' 하는 분위기다"

한편, 이 같은 증언과 자료에 대해 청와대는 '무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연국 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에 대해 "문체부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해명 없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국감 도중 제기되는 의혹 건수가 워낙 많고, 대부분 '대통령 흠집 내기용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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