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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추행' 논란을 통해 돌아본 초기 미국 대선의 성추문 3가지

도널드 트럼프가 이전과 차원이 다른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5년 당시 '액세스 할리우드' 스태프들과 나눈 음담패설이 담긴 비디오가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폭로된 것이다. 단순한 여성혐오 발언이 아닌 구체적인 성추행 행위를 자랑스럽게 떠벌린 이 비디오 때문에 숱한 공화당 인사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물고 늘어지는 '맞불 작전'을 펼치고 계속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이번 미국 대선이 역대 가장 '지저분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과연 이번 선거를 '역대 최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미국 건국 초기 대선들은 사실 지금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진흙탕 싸움인 경우가 많았다. 역시 대선 후보들의 '성추문' 때문에 말이다.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자,

1. 해밀턴 vs 제퍼슨

"...제퍼슨 부통령은 캘린더 기자를 고용하여 애덤스 대통령을 비난하는 긴 글을 쓰게 했다. 제퍼슨은 이 글을 읽고 난 뒤 "이런 글이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의 머릿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라고 쾌재를 불렀다. 제퍼슨의 발가벗기기식 정치는 그와 함께 달려온 건국의 아버지들이 정당 설립을 주저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었다."(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 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저)

미국 최초의 정당은 제퍼슨이 주축이 된 민주공화파와 해밀턴이 중심이 된 연방파였다. 그리고 정당이 생기자마자 '성추문'으로 서로를 깎아 내리는 흑색선전은 시작되었다. 2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퍼슨 대신 해밀턴의 동료인 애덤스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아무 실권 없는 부통령이 되었던 제퍼슨이 해밀턴을 깎아내리기 위해 그가 임신한 아내 몰래 열살 연하의 젊은 유부녀 레이놀즈와 바람을 피웠다는 '레이놀즈 스캔들'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그도 성추문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제퍼슨이 3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그가 마흔세 살 때 열네 살 흑인 소녀와 관계를 가져 아이까지 가졌다는 성 스캔들이 터졌던 것이다. 불륜에 10대 소녀와의 성관계까지, 지금이었으면 당장 후보 사퇴에 탄핵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을 범죄를 저지른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었다.

2. 잭슨 vs 애덤스

"잭슨 지지자들은 애덤스 대통령이 임기 4년 동안 연방정부를 현대화하기 위해 야심차게 펼친 정책을 방해했다. 이 때문에 화합의 시대는 갑자기 끝나버렸다. 1828년 대선에서 애덤스와 잭슨의 불꽃 튀는 대결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이 선거는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추잡했고 성적 스캔들이 난무했다."(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 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저)

앤드루 잭슨과 퀸시 애덤스는 미국 초기 정치사 중 가장 추잡한 선거에 참여한 주인공들이었다. 1824년 처음 맞붙었던 대선에서 잭슨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해 하원의 판단에 따라 애덤스에게 대통령직을 내줘야했다. 그래서인지 1828년 둘이 다시 붙은 재선 선거에선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퀸시 애덤스 지지자들은 앤드루 잭슨 후보에 대해 '어머니가 영국군을 따라 들어온 창녀'라는 소문을 퍼뜨렸고, 심지어 잭슨 후보의 아내가 전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을 걸고 넘어졌다. 물론 앤드루 잭슨 지지자들도 퀸시 애덤스가 러시아 황제에게 시녀를 성 상납했다는 식의 악소문을 퍼뜨렸다. 둘 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결국 앤드루 잭슨 후보가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의 아내는 자신에 대한 소문에 쇼크를 받아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진다. 성 추문으로 점철된 선거의 비극이었다.

3. 클리블랜드 vs 블레인

"...공화당은 정직하고 신의 있는 인물이라는 클리블랜드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하여 핼핀 스캔들을 적극 활용했다. 클리블랜드는 마리아와 관계를 맺었음을 인정했고 그녀와의 사이에 아이도 있음을 시인했다. 민주당 후보는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사실을 말하라"고 대선팀에게 지시했다. 그런데 사실을 좀 복잡했다. 클리블랜드는 마리아에게 양육비를 주었으나, 자기가 아이 아버지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마리아가 법률사무소 공동대표인 오스카 폴섬과도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마리아도 진짜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서 아들 이름을 오스카 폴섬 클리블랜드라 지었다."(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 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저)

1884년 민주당 후보였던 클리블랜드는 변호사 시절에 여러 여성과 관계를 가졌고, 그 중 한 명이었던 마리아 핼핀은 그인지 그와 함께 한 공동대표의 자식인지 확실치 않은 아들을 낳아 그에게서 매달 양육비를 받았다. 선거 기간 중 이 일은 '핼핀 스캔들'로 불거졌고, 공화당 후보였던 제임스 블레인의 지지자들은 선거유세에서 유모차를 몰며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요?"라고 외치고 다녔다(정말 치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빈 클리블랜드를 유권자들은 대통령으로 뽑아준다. 비록 클리블랜드 진영도 제임스 블레인의 아내가 결혼한지 3개월 만에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등 그다지 깨끗하지 못한 방법을 쓰긴 했지만 말이다. 미국의 초기 대선은 이처럼 꾸준한 막장의 연속이었다. 트럼프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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