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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임을 보여주는 3가지 모습

ⓒPeter Hermus

정부가 이번 달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 지원한다.

하지만 이번 달 말 시행되는 이 사업은 아래의 3가지 지점에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경향신문은 지적한다.

1. 신상정보를 매우 자세히 작성한 뒤 보건소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생리대를 받아가야 한다. 정부는 '아동복지시설 직원이 일괄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건소에 전달하고, 생리대를 타가면 된다'고 하지만, 전체 지원 대상자 29만 명 가운데 아동복지시설(9만2000명)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건소에 방문할 청소년 비율(19만8000명)이 훨씬 높다.

2. 한 번에 3개월 치(108개) 생리대를 받을 수 있는데, 종류는 선택할 수 없다. 소형, 중형, 대형 각 36개가 한 세트로 무조건 이걸 받아가야 한다.

3. 초경 시작 나이가 빨라지는 추세이며, 10세 이하에 초경을 시작하는 청소년도 2.9%에 이르지만, 이번 지원 대상은 11세 이상으로 제한됐다.

그동안 청소년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며 생리대를 무상 지원해 왔던 지자체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주시가 청소년들의 감수성과 지원의 예민함을 고려, 철저하게 익명을 보장하고 인터넷으로만 신청을 받아 검증한 뒤 우체국 택배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여성 청소년들의 사춘기 감수성을 고려해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며 “심지어 내용물도 생리대라는 것을 모르게 택배를 철저히 포장해 보냈는데, 정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전북일보 10월 10일)

당사자인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전주시에서 익명으로 생리대를 지원받아온 ㄱ양(14)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전했다.

"생리대를 지원받고 있는 것은 친한 친구들도 모르는 비밀이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보건소에서 직접 받아가라고 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나 자신을 노출시키면서까지 생리대를 얻어쓸 마음이 없다."

한편,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전북일보에 한 해명은 아래와 같다.

"택배로 보내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올해 3개월 동안의 한시적인 사업이라서 일단 시설에 비치해 가져가도록 했다"

"추경 사업으로 신속한 시행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신청과 배송 등을 통한다면 절차가 늦춰질 수 있어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

(지원 대상을 '11세 이상'으로 제한한 것과 관련)"의료계인 소아학회로부터 '보통 만 11세 이상부터 생리가 시작된다'는 자문을 얻었고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대상을 한정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의 우려를 전달 받았으나, 지침을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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