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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최순실의 딸'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로 공무원 둘이 강제퇴직 당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가로되 이 자가 아직도 있느뇨 하매

국법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 둘이 일시에 실업자가 되었더라

누구든 최순실을 건드리면 무사할 수 없다. 제아무리 TK(대구·경북) 출신 '성골'이라고 하더라도.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이 지난 7월경 강제로 명예퇴직을 당했다. 3년 전의 일로 대통령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다.

나쁜 사람. 노 국장과 진 과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이었다. 2013년 8월,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내' 두 공무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렇게 말했다.

당시 워낙 화제가 됐던 일이라 그 이유는 다들 기억하시리라. 정윤회·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했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진 않는다) 부부의 딸인 정유연('정유라'로 개명)씨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 특혜 시비에 대해 정씨에게 불리한 내용의 보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과 문체부 장관의 '대화' 이후 노 국장은 그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으로 좌천됐다. 다들 노 국장의 수난은 이걸로 끝난 줄 알았으리라.

그러나 악연은 3년이 지난 후 다시 이어졌다. 지난 3월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프랑스장식미술전의 개최를 '상업성이 뚜렷해 공공박물관에 적합하지 않다'며 거부한 김영나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경질시키면서였다.

한 관계자는 “노 전 국장의 경우 올해 초 프랑스 장식미술전 문제로 청와대와 중앙박물관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박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노태강’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안다”며 “그 뒤 노 전 국장에게 ‘물러나 달라’는 압력이 본격적으로 가해졌다”고 말했다. (한겨레 10월 12일)

당시 노 전 국장은 "나는 국가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라며 저항했다고 한겨레는 전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게다가 노 전 국장은 문체부 내에서도 선두 그룹이었던 데다가 대구고와 경북대 출신으로 '성골'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최순실을 건드리면 무사할 수 없었다.

심지어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경질을 불러 일으킨 갈등 또한 노 전 국장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겨레는 전한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와 김영나 박물관장 사이의 갈등이다. 하지만 중앙박물관의 단장 자리에 노 전 국장이 있는 걸 알고는 “전시 무산 사태를 김영나 박물관장의 의지가 아니라 반정부적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으로 본 듯하다”는 게 문체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만큼 최순실씨와 관련해 ’미운 털’이 깊이 박힌 것이다. (한겨레 10월 12일)

문체부의 집요한 요구에 노 전 국장은 "함께 일한 부하들은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조건으로 명예퇴직했다. 진 전 과장 또한 노 전 국장과 같은 시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명예퇴직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두 명의 공무원이 법으로 보장된 정년도 누리지 못하고 등 떠밀려 나가야 했을까? 굳이 꼽자면 '최순실의 딸'을 제대로 알아 모시지 못한 죄이리라.

특히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로 그치지 않고 3년 뒤 “아직도 있어요?”라는 말로 노 국장을 내친 것을 보면 당시의 보고서가 1회성 실수가 아니라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두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정유연 선수가 정윤회 최순실 부부의 딸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모두 민간 스포츠단체에서 현재 일하고 있으나 급여나 신분보장은 공무원 때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겨레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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