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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GBT인데 내 가족이 트럼프에게 투표한다고 할 때 느끼는 기분

Ballot box with national flag on background series - LGBT flag
Ballot box with national flag on background series - LGBT flag ⓒNiyazz via Getty Images

11월 8일이 다가온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에 관련된 감정, 생각, 언급,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싸움을 피하려 했다. 페이스북에 두 후보에 관한 우스운 사소한 것들을 올리며 가볍게 다루려 했다. 그러나 사실 대선은 절대 가볍지 않다. 엄청나게 어둡다. 그리고 LGBT인 나로서는 굉장히 무섭다.

작년 여름에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내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걸어 남긴 메시지를 듣고 나는 거의 울 뻔했다. “축하해! 이것이 순리지.” 어머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11월에 내 어머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두 분 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렇지만 두 분 모두 몇 달 동안, 심지어 몇 년 동안 전국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표면으로 올라온 열정을 가지고 힐러리 클린턴을 증오한다.

나로선 두 가지를 조화시키기가 힘들다. 한편으로 나는 부모님의 정치적 견해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권리를 존중한다. 반면, 동성 결혼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대법관을 지명하겠다고 위협한 사람에게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내 가족에게 영향을 준다. 내 딸에게 영향을 준다.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특권, 그에 딸려 오는 온갖 이득들을 누려온 이성애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부모님조차 그렇다. 이런 일들을 맹목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들의 세상의 일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내 부모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느 날 밤에 내 아내의 친척이 찾아왔다. 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그는 우리의 딸을 사랑하고, 선물과 동물 인형을 자주 가져다 준다. 주로 커다란 소 인형인데, 우리 딸은 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차갑지만 기분 좋은 10월 오후였다. 우리는 집 앞에 앉아서 와인을 마셨다. 자연스럽게 대선과 현실에 대한 잡담이 시작되었다. 나는 정중하고 건설적이기만 하다면 이런 대화를 꺼리지 않는다. 내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이 친척은 트럼프에게 투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감히 말하자면 그는 보다 적극적인 팬이었다. 그가 왜 우리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거냐고 묻자, 나는 간단히 “게이들인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그걸 고려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내가 트럼프를 뽑지 않는 이유는 그것 말고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내가 LGBT라는 게 1순위다.)

그러자 이 친척은 내 아내와 내게(그리고 우리 발치에서 노느라 바쁘던 귀가 밝은 4살박이 딸에게) 결혼은 남성과 여성만이 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서 그의 말을 끊었다. 일어나서 얼른 딸을 데리고 목욕을 시키러 갔다.

나는 내가 이해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나와 아무리 의견이 다르다 해도,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한다. 내 가족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해도 괜찮다. 하지만 내 딸 앞에서 내 결혼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 나는 거기에는 선을 긋는다. 내 아내와 나는 이 지구상의 다른 모든 결혼한 커플들과 똑같은 맹세를 했다. 우리는 멀쩡한 삶을 살고, 평화롭게 가정을 유지하고,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우리의 결혼은 그 누구의 결혼보다 더 낫지도 못하지도 않고, 우리는 똑같은 시련과 고난을 겪는다. 우리의 결혼을 다른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것은 무지하고 낡은 시각이다.

나는 결혼한 것이 좋다. 결혼한 지 7년째다. 내 아내와 법적으로 결혼한 상태를 여생동안 즐기고 싶다. 섹슈얼리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딸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것의 증인이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나는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도 제법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심지어 내 가족들도 그 결과가 LGBT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생각하는 건 힐러리를 이기는 것 뿐인 모양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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