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조선시대의 책값은 어느 정도였을까?

우리의 후손들이 대한민국 책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였는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했는지, 책 값은 어느 정도였는지, 주로 책은 어디에서 샀는지, 책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있는지 등이 아닐까? 우리 역시 조선시대의 책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있다. 후손들이 궁금해할 것과 대체로 비슷하다. 지식과 사상 생태계를 구축함에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을 조선시대 책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 ‘대학’이나 ‘중용’은 엄청나게 비쌌다.

책값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다. 계속해서 도서정가제와 같은 제도가 실시, 보완되는 것도 그 이유다. 사실 제대로 된 책 값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 어떤 삶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 책은 1억 원 이상의 값어치일 테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거의 읽히지 않은 책은 정가 이하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분명히 상품이다. 출판사에서 시장의 수요에 따라 정해놓은 가격이 있다. 조선시대 책값은 얼마 정도였을까?

“국가에서 발행하는 서적은 애당초 비영리 목적이었으니 가격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일단 서적이 발행되면 그것은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다만 책값을 밝힌 문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책값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을까? 나는 ‘중종실록’에서 다음과 같은 희귀한 내용을 보았다. 어득강의 말이다. ‘’외방의 유생 중에는 비록 학문에 뜻이 있지만 서책이 없어 독서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또한 많이 있습니다. 궁핍한 사람은 책값이 없어 책을 사지 못하고, 혹 값을 마련할 수 있다 해도 ‘대학’이나 ‘중용’ 같은 책은 상면포 3~4필은 주어야 살 수 있습니다. 값이 이처럼 비싸므로 살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 상면포 3~4필과 오승목 1동은 어느 정도 가치를 갖는가? …. 성종대에 완성된 ‘대전속록’에 의하면, 풍년과 흉년을 막론하고 면포 1필에 쌀7두를 환산하게 되어 있었다. …. 3~4필은 쌀 21말에서 28말 가격에 해당하는 셈이다. 20세기에는 보통 1마지기 논에서 산출되는 쌀이 대개 1섬, 즉 10두였다. …. 그렇다면 21말에서 28말이란 논 2마지기 내지 3마지기 소출에 해당하니 엄청난 고가인 것이다.” (책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강명관 저)

2. 서점은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생겼다.

과거에 흔히 눈에 띄던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1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도서만 판매하는 '순수서점'이 2013년 1천625개에서 2015년 1천559개로 66개(4.1%) 감소했고,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544개가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서점 숫자가 많은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서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서점과 출판업이 활발했던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꽤 특이한 일이었다.

“왜 조선에서는 시점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인가? …. 우선 서적의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이는 결국 인쇄와 출판을 국가가 독점한 탓에 생겨나는 현상이었다. …. 물론 민간 영역에서 하한수나 박의석 같은 민간 출판업자와 책쾌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아 민간의 상업적 인쇄와 서점 출현의 조짐은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이 미증유의 대전란은 조선 전기의 서적문화를 일거에 파괴했다. 민간의 서점 출현이 봉쇄된 결정적 이유가 됨직하다. 서점은 19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출현한다. 익종이 대리청정을 하고 있던 시기인 1829~1830년 조정에서 서울의 보은단동에 서점을 열게 하였으나 무뢰한들이 재상가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는다는 구실을 대어 백주에 억지로 책을 빼앗아 가서 곧 문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이로써 서점이 출현한 때는 19세기 후반으로 짐작될 뿐이다.” (책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강명관 저)

3. 중국으로부터 많은 책이 수입되었다.

지금도 많은 외국 서적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그대로 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말로 번역이 된 후 서점에서 판매가 된다. 이 책들 중 판매량 순위에서 앞서는 것들이 많이 나온다. 2016년 9월 4주차 베스트셀러 순위를 10위까지 보면, 국내 서적이 5권, 외국 서적(번역본)이 5권이다. (출처: 알라딘) 조선시대에도 많은 책들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

“태종 13년 3월 27일에 임금은 서장관 진준에게 ‘삼국지’와 ‘소자고사’ 등을 구해 오라 명했다. 이것이 중국 서적 수입에 관한 최초의 ‘실록’ 기사다. 이후 조선은 중국에 끊임없이 서적을 요청하며 실제로 구입하기도 하는데, 그 큰 줄기는 역시 경학과 역사 서적이었다. 세종 8년 11월 24일에 명의 황제가 ‘사서대전’, ‘오경대전’, ‘성리대전’, ‘통감강목’을 하사한다. …. 이처럼 중국에서 황제의 명으로 하사되는 서적이란 대개 경학과 역사 서적에 집중되었다. ….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가운데 일부 서적은 국가에 의해 재간행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수입부수가 많으면 그것을 곧바로 반사하기도 했으니, ‘신승전’ 등이 바로 그런 경우다. …. 중국에서 수입한 책으로 재출판이 이루어진 경우는 독자의 수요가 많거나 국가 이데올로기를 널리 선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었다.” (책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강명관 저)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허프북스 #조선 #조선시대 책 #조선시대 서점 #조선시대 출판 #라이프스타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