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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스틸러가 전립선암을 극복한 얘기는 감동적이지만 과학적이지 못하다

  • 박세회
  • 입력 2016.10.10 11:30
  • 수정 2016.10.10 12:00

벤 스틸러가 자신의 전립선 암 진단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했다.2014년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거쳐 현재는 암 환자가 아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PSA(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그의 에세이의 일부다.

PSA(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가 내 목숨을 구했다. 문자 그대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이 테스트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었다. 이 검사가 안전한지에 대한 기사와 사설들이 나왔고, 연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었고, 남성들이 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나는 과학적 견해가 아닌, 내 경험에 기반한 개인적 견해를 제시하려 한다. 나는 46세일 때 ‘베이스라인’ PSA 검사를 해준 의사가 있어서 행운이었다. 나는 전립선 암 가족력은 없으며, 내가 아는 한 아프리카나 스칸디나비아계 조상이 없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들지도 않았다. 증상도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암에 대한 직관과는 반대되지만, 스틸러가 자신이 PSA 검사를 일찍 받아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은 의학적 권고에 배치된다.

의학적으로 그의 사례는 생명을 위협적이지 않은 암을 치료함으로써 따라오는 심각하고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니다.

전립선 암은 아주 느리게 진전되기 때문에 전혀 치명적이지 않은 사례가 무척 많다. 대다수의 증거들을 보면 전립선 암에 걸리는 남성들은 진단을 받든, 치료를 받든, 주의깊게 경과를 살피든 간에 전립선 암으로 죽지 않는다. 전립선 암의 5년 생존률은 거의 100%이며, 15년 생존률은 95%다.

이는 즉 미국에서 매년 전립선 암으로 사망하는 26,000명의 남성은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PSA 검사를 받았다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미국 암학회의 최고 의료 책임자 오티스 브롤리 박사는 말한다.

편집자 주 : 한국의 경우 전립선암 사망률은 2004년 10만 명당 3.8명에서 2014년 6.6명으로 늘었으며 국내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이 92.3%로 미국(98.9%)이나 캐나다(96%)에 비해 낮은 수치다. 암 종류별로는 5년 생존률이 갑상선암이 100.1%이 가장 높았고, 이어 전립선암(92.3%) 유방암(91.3%) 대장암(74.8%) 위암(71.5%) 순이다.

“최상의 조건으로 주의깊게 검사를 한다 해도 누군가는 전립선 암으로 죽는다는 것이 가혹한 진실이다. 메이저 의료 단체들인 '모든 남성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장하지 않는 이유다. PSA 검사는 유용할 수 있지만, 결코 완벽하지는 않다.” 브롤리 박사의 성명이다.

검사를 더 한다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은 PSA를 만들어 내는데, 암이 자라면서 그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PSA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의사들이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눈치채는 첫 번째 단서다. 그러나 PSA 수치는 암이 아니라 감염이나 자연스러운 노화 때문에 높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PSA 수치를 보고 의사들이 공격적으로 전이되는 암(악성 종양)을 찾아낼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수술이나 존재하지 않는 종양, 너무 느리게 자라서 치명적이지 않은 종양에 대한 암 치료를 시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불필요한 수술과 치료가 해로우며, 심지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암 치료를 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병증들에는 변실금과 요실금, 성기능 장애, 치명적 심혈관계 질환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전립선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전립선 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나 수술 대신 적극적 감시를 선택한, ‘두고 보기로’ 한 남성들의 절반은 10년 동안 추가 치료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치료의 잠재적 부작용을 피했고,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며 그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미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전립선 암 진단을 받는 남성 중 약 50%는 공격적 치료보다는 적극적 모니터링을 선택한다.

의료 전문가들이 더 이상 PSA 검사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PSA 검사는 양성이 아니어도 양성이라는 잘못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암 진단률이 높기 때문에(일부 실험에서는 17~50% 정도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전국 의료 전문가 자원 봉사 단체 미국 예방서비스대책본부에서는 2012년에 나이를 불문하고 증상이 없는 남성에 대한 정기적 PSA 검사를 하지 말라고 권했다.

대책본부에서는 증상이 없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검사의 장단점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 검사를 하지 않으면 남성 1,000명 중 5명이, 검사를 하면 남성 1,000명 중 4명이 전립선 암으로 사망한다. 검사를 할 경우 1,000명 중 1명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는 의미다.

- 남성 1,000명이 전립선 암 검사를 받으면 최고 120명이 암이 아닌데도 암이라는 잘못된 진단을 받는다.

- 남성 1,000명 중 약 110명이 전립선 암 진단을 받을 것이고, 그 중 90%는 심각한 심혈관계 문제, 심부정맥혈전증, 요실금, 발기 부전, 죽음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것이다. 전립선 암에 걸린 남성들 대부분이 그로 인해 죽지 않는다는 걸 생각했을 때, 대책본부는 이런 위험은 받아들일 수 없거나 최소한 미심쩍다고 생각한다.

검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다른 단체인 미국 암학회는 남성들과 의사들이 PSA 검사에 대해 알려진 장단점을 의논해 보고, 남성의 삶과 병력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검사 방법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벤 스틸러가 글에서 밝혔듯, 보통 수준의 위험도를 가진 남성이 검사를 원할 경우 50세부터 받게 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아버지, 형제, 아들이 어린 나이에 전립선 암에 걸렸던 고위험군 남성의 경우 45세부터 검사를 고려해 봐야 하며, 아버지, 형제, 아들 중 한 명 이상이 어린 나이에 전립선 암에 걸린 남성들의 경우 40세에는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전립선 진단을 받는 평균 나이는 66세이지만, 스틸러처럼 일찍 진단 받는 경우(그는 처음 PSA 검사를 받았을 때 46세였다)는 특정 남성은 일찍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종양이 공격적이거나 치명적일 경우, 일찍 걸릴수록 잃어버릴 시간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벤 스틸러의 전립선 암 경험

스틸러는 어떤 면으로 봐도 고위험군이 아니었지만, 그가 46세일 때 그의 의사 버나드 크루거는 스틸러의 정상 PSA 수치의 ‘기준치’를 알기 위해 PSA 검사를 했다. 크루거는 6개월마다 스틸러의 PSA 수치를 확인했고, 18개월 후에 수치가 계속 높아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크루거는 스틸러를 비뇨기과 의사에게 보냈고, 비뇨기과에서는 디지털 직장 관찰 후 전립선을 더 자세히 살필 수 있는 MRI를 권했다. MRI 이후 암인지 알기 위해 조직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중간 정도의 공격적인 암’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스틸러는 전립선 절제술을 받기로 했다. 그 이후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스틸러는 크루거가 일찍부터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아주 다른 치료를 받았을 거라며 아래와 같이 썼다.

만약 미국 암 학회의 추천대로 그가 내가 50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면, 나는 내가 치료 받은 시점에서 2년 뒤에야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가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 포스의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면 나는 검사를 아예 받지 않았을 것이고, 성공적으로 치료하기엔 너무 늦은 때가 되어서야 내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벤 스틸러가 했던 대로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벤 스틸러와 같은 전립선 암 환자에 대해 물으면 전문가들은 스틸러의 경우는 이 질병에 대한 복잡한 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전립선 암을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봤자 먹히지는 않지만, 조기 검사는 생명을 구하기 보다는 종양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심각한 합병증을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PSA 검사에 대해 의료계가 겪고 있는 문제는, PSA 수치가 높아서 불필요한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PSA 성공담만큼이나 많다는 것이다. 심각하지 않은 암(미국에서 가장 흔한 전립선 암)에 걸린 남성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남성들이 이에 해당될 때가 많다.” 로스 앤젤레스 세다스 시나이 수술과의 비뇨기과 종양학자 티모시 J. 다스키비티 박사의 말이다.

스틸러의 경험은 전립선 암 검사에 대한 대부분의 의학적 조언과는 배치되지만, 그의 이야기는 큰 경향을 보여준다고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USC 비뇨기과 연구소장 인데버 길 박사는 말한다.

길 박사는 2012년의 추천이 대중에게 과도한 진단과 치료의 위험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지만, 이 분야는 최근 4년 동안 훨씬 더 복잡해졌다.

길은 스틸러의 사례는 환자들을 저, 중, 고 위험으로 분류하는 MRI 스캔, 유전자 마커, 분자 마커 등의 하이테크 검사를 통해 전립선 암이 굉장히 개인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다.

스틸러의 사례는 의사들이 검사의 장단점에 대해 환자들과 자세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치료가 하이테크 검사의 힘으로 굉장히 개인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길은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PSA 수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어야 한다. PSA 수치 상승 양성 반응이 예전에는 불안, 공포, 의료적 개입을 의미했지만, 이제 우리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대 해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스틸러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지는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면 의사와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스키비치는 위험 요소, 기대 수명, 건강 상태에 기반해 선택적으로 검사한다는 미국 암학회의 방침을 지지한다. 또한 의사와 환자들이 종양 치료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위험 분석 방법들이 존재한다는 길의 주장에도 동의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검사와 치료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검사와 치료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 다스키비치의 결론이다.

스틸러의 글을 읽고 전립선 암 검사를 받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의 나이, 인종, 병력에 따른 PSA 검사의 장단점을 의사와 의논하라.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Ben Stiller’s Essay About Prostate Cancer Is Moving But Not Scientific'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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