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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2차 토론이 끝났다. 트럼프는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 허완
  • 입력 2016.10.10 06:28
  • 수정 2016.10.10 08:55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후보 2차 TV토론이 마침내 끝났다.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으로 맡은 이 토론은 여러모로 '역대급'이었다. "역사상 가장 추악한 토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두 후보는 서로 악수도 없이 토론을 시작했으며, 예상대로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이 토론 초반부터 제기됐다.

트럼프는 "개인적인 농담이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했고, 미국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성을 존중한다고 말하고 싶고 (영상에서 들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은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여성들을 공격하고 모욕해 왔다"며 "그것이 바로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또 제기하기 시작했고, 클린턴은 "트럼프가 말하는 것 중 너무 많은 것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클린턴은 이어 트럼프가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비난한 무슬림 참전군인 칸 가족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이메일을 다시 끄집어 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특별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역대로 그렇게 많은 거짓말과 속임수가 있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자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그런 기질을 가진 누군가가 우리나라의 법을 책임지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고,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은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는 이 정책이 폐기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그런 정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무슬림 참전군인 후마윤 칸을 언급하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는 오늘 살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있었던 샌버나디노 테러를 언급하며 '무슬림들은 의심스러운 물체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무슬림 미국인들은 조지 워싱턴 시절부터 있었다"며 트럼프의 차별적 발언을 비판했다.

토론 주제는 '푸틴과 러시아'로 넘어갔다.

클린턴은 푸틴과 러시아 정부가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해킹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미국 정부와 미국 민주당을 대상으로 한 해킹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나는 푸틴을 모른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푸틴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는 우리가 하는 일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음 질문은 트럼프의 세금 미납 의혹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워렌 버핏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돈을 세금으로 냈다"는 것. (물론 그는 미국 대선후보들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것과는 달리, 아직도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클린턴은 "도널드는 도널드만 신경쓰고, 사람들은 도널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은 자신의 세제 개혁을 언급하며 "도널드처럼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자는 트럼프에게 '1995년에 기록한 10억 달러 손실을 활용해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냐'고 물었고, 트럼프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클린턴의 친구" 다른 부자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했다는 것.

이어 트럼프는 "나는 그 어떤 대선후보보다 세금 관련 법 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클린턴은 모두의 세금을 엄청나게 올리려고 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클린턴은 소득 상위 계층에 대한 증세를 공약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는 고소득층 감세를 약속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매기는 국가"라는 틀린 주장을 또 반복하면서 말이다.

토론은 이슬람국가(IS)와 외교 안보 분야로 넘어갔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IS를 탄생시켰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군이 철수해버리는 바람에 조성된 '진공 상태'에서 IS가 태어났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늘 지지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7년 CNN 인터뷰에서 그는 '승리를 선언하고 떠나버려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긴 완전 아비규환이고, 시간과 생명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바로 떠나야 한다"고, 그는 말했었다.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 조지 W. 부시였으며, IS의 확산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되는 시리아 내전은 오바마 정부가 공습을 단행하기 훨씬 전에 시작됐다.

사회자는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두 후보에게 물었다.

클린턴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그들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지목했다. "러시아는 IS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들은 아사드를 지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이어 클린턴은 "우리 파트너와 동맹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러시아는 시리아에 올인 하기로 결정했고, 또 러시아는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되길 바라는지도 결정했다. 그건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몇 가지 놀라운 발언을 했다.

그는 "핵무기"를 언급했고, 클린턴의 외교 실력을 깎아내렸다. "클린턴이 외교 정책에 있어서 한 거의 모든 것들은 실수였고 재앙이었다"는 것. 트럼프는 "클린턴은 (시리아) 반군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클린턴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사회자가 '질문에 대답하라'며 재차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을 때, 트럼프는 이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펜스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앞서 펜스는 러시아가 계속 시리아에 공습을 할 경우,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나는 그와 이 얘기를 해보지 않았으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클린턴의 '외교 실패' 사례로 리비아를 언급했다. 독재자 카다피가 축출된 후, '난장판'이 되었다는 것.

그러나 사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과 마찬가지로 카다피 축출을 적극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미군의 리비아 개입을 지지했으며, 공습을 지지했다. 미국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

2011년 2월에 트럼프는 "우리는 (리비아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 독재자를 멈춰야 하며, 매우 쉽고 빠르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IS의 지도자 바드다디를 축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의 임기 내에 이라크에서 IS를 쫓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는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절제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클린턴의 대답은 간결했다.

"아니오."

트럼프가 "그런 말을 듣게 되어 충격적"이라고 반응하자 클린턴은 "이건 나 만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를 비판한 공화당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마지막 질문 중 하나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깨끗한 석탄'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우리 발밑(땅속)에서 엄청난 부를 발견했다"는 것. 그러나 그는 대체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15년 전쯤 떠돌았던 주장,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거의 결론 난 '청정 석탄'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반면 클린턴은 깨끗한 재생에너지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두 후보에게 주어진 마지막 질문은 간단했다. '상대방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것.

클린턴은 트럼프가 말하는 어떤 것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트럼프의 자녀들 만큼은 존중한다고 답했다. 자녀들이 자신의 부친을 좋게 말한다는 것.

트럼프는 클린턴이 포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자신은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시작할 때와는 달리 두 후보는 악수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이번 토론은 의심의 여지 없이 거의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이 끼어있는 한, 사실 수준 높은 토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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